화물연대 "정부 '법과 원칙' 강경대응 반복…투쟁 강도 높일 것"
by이소현 기자
2022.06.08 14:16:50
새 정부 들어선 이후 첫 대규모 파업
연일 '불법 행위 원칙 대응' 기조 강조
화물연대 "총파업 불가피, 해결 노력부터"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지 이틀째인 가운데 정부가 기계적으로 법과 원칙 준수를 외치며 강경대응으로 탄압한다면, 투쟁의 강도를 높이겠다고 경고했다.
|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 기자간담회에 앞서 머리띠를 매고 있다. (사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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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는 8일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파업이 불가피했다며, 파업을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안전 운임제의 필요성을 밝혔다.
특히 새 정부 들어서면서 진행되는 첫 파업인 만큼 정부가 ‘불법 행위 원칙대응’ 기조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파업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 하겠다’는 강경대응 입장만 반복하고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봉주 위원장은 “파업대오를 약화 시킬 것이었으면 애초부터 이번 총파업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화물연대 전통처럼 대화에는 대화로, 탄압에는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비조합원도 함께하는 파업을 통해서 투쟁이 끝나고 나면 물류 운송시장에서 역기능을 없애 중단 다단계 착취가 사라지고 안전운임제가 전차종에 도입되는 순기능을 발휘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화물연대의 일부 파업 현장에서는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30분께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공장으로 드나드는 화물차량을 막아선 혐의로 화물연대 조합원 15명을 체포했다. 이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엽적으로 갑자기 돌발 사고가 나기도 하는데 애초 화물연대는 파업에 앞서 폭력을 쓰지 않기로 결의했다”며 “폭력적 방식으로 투쟁하게 되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8일 서울 민주노총에서 화물연대 총파업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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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노동·사회·종교단체 관계자들도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지지한다면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온 나라를 검찰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의 시각이 아니라 위정자의 시각으로 화물 노동자 파업을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이번 파업은 물류대란, 소주대란으로 불릴 게 아니라 안전대란을 막는 일”이라며 “안전 운임제는 폐지돼야 할 제도가 아니라 철강, 택배, 일반화물 등 모든 차종과 품목으로 확대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물연대는 총파업의 배경으로 유류비 부담 증가를 내세웠다. 유가급등으로 화물 운송비용이 급상승했는데도 화물 운송료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화물노동자의 소득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평균 1374원이던 경유가는 47.6% 상승해 전날 기준 2028원까지 올랐다. 25t 화물차량의 경우 월 운송 거리를 1만889㎞로 산정하면 월 유류 사용량은 약 3630ℓ인데 현재 유류비는 약 668만원으로, 1년 전(약 373만원)보다 295만원 늘었다.
화물연대는 “화물노동자의 월평균 순수입은 약 342만원으로, 경유 가격 인상으로 100만∼300만원 가까이 지출이 증가하면 사실상 수입이 ‘0’에 가까워진다”며 “운행할수록 오히려 적자가 발생해 운송을 포기하는 화물 노동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사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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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 정책을 내세웠지만, 효과는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화물연대는 “유류세와 함께 유가 보조금이 삭감되므로 화물 노동자에게 유류세 인하의 효과는 미미해 화물 노동자들은 심각한 생계 위협에 내몰려 있다”며 “유가 인상이 화물노동자의 소득감소로 연결되지 않도록 유가가 운송료에 반영되는 운임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화물연대는 화물노동자들의 ‘최저임금제’ 격인 안전 운임제 일몰 조항 폐지와 확대적용을 요구했다. 2020년 도입된 안전 운임제는 낮은 운임 탓에 과로나 과속에 내몰려 사고를 내는 것을 줄이고자 도입했으며 3년 일몰제로 올해 말 폐지된다. 안전운임제는 운송료가 연료비에 연동해 정해지기 때문에 최근처럼 유가가 급등해도 화물노동자들은 수입을 보전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에 적용 범위를 넓혀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만6000대 일부 품목에서 41만 규모의 전 차종으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비조합원인 김영민 컨테이너 트레일러 기사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비조합원이지만, 투쟁하는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며 “안전운임제를 경험한 이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니 무리하게 과적을 하지 않아도 돼 안전면에서도 편안함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로 돌아가 안전운임제가 폐지된다고 하면 유류상승분과 물가상승분까지 더해져 마이너스 생활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천에서 곡물을 운송하는 이호신 조합원도 “컨테이너와 시멘트까지 안전운임제에서 빠진다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 같다”며 “곡물이 무겁다보니 연비도 안 나오고 타이어와 라인 등 소모품들도 빨리 닳는데 안전운임제 적용은 전품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논의에 있어 국토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두고 국토부 장관이 제도에 대한 성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연장 여부를 논의할 단계인데 국회에 떠넘기며 입장조차 표명하지 않고 있다”며 “사안 해결을 위해 안전운임 태스크포스(TF)를 만든다고 하지만, 국토부의 책무를 방기한 면피용에 불과하고, 안전운임제 도입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TF에 참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