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세종시 특공은 ‘국가균형발전’ 아니죠~‘재테크 꿀팁’이죠

by박진환 기자
2021.04.01 11:00:20

중앙부처 고위공직자들, 세종서 수억대 시세차익 거둬
전 인사처장·국토부 차관 등 서울의 고가아파트만 남겨
취득세 감면·면제에 이사비지원까지 각종 혜택들 남발
전국 15개 시·도지사 재산 1위 이춘희 세종시장도 특공
당국, 관련 제도 정비 나서… 무주택 서민들 불만 팽배

[세종=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전국·전방위적으로 확산 중인 가운데 고위 공직자들이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제도(이하 공무원 특공)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했거나 근무 중인 중앙부처 고위 공직자 상당수가 공무원 특공을 통해 취득한 세종시 아파트를 처분해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세종에서 수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거뒀고, 기존에 갖고 있던 서울 등 수도권의 고가 아파트는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해 건설한 세종시가 투기꾼들은 물론 공직자들의 재산 증식의 아지트가 된 셈입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를 통해 공개한 ‘2021 고위공무원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용’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인사혁신처 등 중앙부처의 고위 공직자 상당수가 세종시 아파트를 처분하고, 서울 아파트를 지켰습니다. 우선 이번 LH 사태의 주무부처이자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의 윤성원 제1차관과 손명수 제2차관이 나란히 세종시 아파트를 처분했습니다. 윤 차관은 지난해 세종시 소담동 새샘마을 6단지 아파트(59.97㎡)를 4억 2300만원에 매각했습니다. 종전 보유가액은 1억 9400만원이었습니다.

반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경남논현아파트(83.72㎡)는 남겼습니다. 부인과 지분을 절반(41.86㎡)씩 소유한 이 아파트의 현재가액은 지난해 공시가격의 절반(6억 5300만원)인 3억 2650만원으로 신고됐습니다. 윤 차관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8억원대입니다. 이 아파트 현재 시세는 13억~18억원선으로 추정됩니다.

손 차관은 2019년 말 국토부 2차관 임명을 앞두고, 세종 반곡동 캐슬앤파밀리에 디아트 아파트(84.45㎡)를 매도했습니다. 당시 거래 시세는 6억원 수준이지만 손 차관은 급매로 이보다 더 낮은 금액에 아파트를 팔았습니다. 손 차관 역시 서울의 아파트는 팔지 않았습니다.

손 차관의 아파트는 서울 송파구 오금동 현대2-4차 아파트(84.98㎡)로 현재가액은 9억 1700만원으로 장·차관 중 가장 높습니다. 이 아파트 올해 공시가격은 10억원선이며, 현재 같은 평형대 아파트들은 17억원 중·후반에 매물로 나와 있습니다.

김상도 항공정책실장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를 택했습니다. 공무원 특공으로 취득한 세종 도담동 도램마을 10단지(84.76㎡)는 7억 4500만원에 매각했습니다. 이 아파트의 종전 보유가액은 2억 9800만원으로 수억원대의 이익을 실현했습니다.



황성규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 상임위원은 종전가액 3억 4800만원의 세종시 도담동 도램마을 15단지(84.99㎡) 아파트를 7억 3000만원에 매도했고,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임광아파트(136.38㎡)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도 배우자와 공동명의의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아파트(124.10㎡)를 지키는 대신 2011년 분양받은 세종시 한뜰마을 아파트 1채를 팔았습니다. 이를 통해 6억원 이상의 재산이 늘었습니다.

황서종 전 인사혁신처장은 세종 반곡 아파트를 8억 5000만원에 팔고, 배우자 공동명의의 서울 용산 아파트를 남겼습니다. 세종 아파트의 종전 가액은 3억 6634만원이었습니다. 신열우 소방청장은 지난해까지 보유하던 종전가액 2억 2200만원의 세종 아름동 아파트(85㎡)를 3억 5000만원에 매도했습니다.

이춘희 세종시장(가운데)이 2020년 9월 28일 국회 세종의사당 부지를 방문한 국회의원들에게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세종시)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로 이전한 중앙행정·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주거난 해소와 보상 차원에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다 직장을 이유로 멀리 이사 온 공직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양질의 주택을 낮은 경쟁률과 취득세 감면·면제, 이주 지원금 등의 혜택을 주었습니다. 2010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로 공무원들은 지난 10년간 세종시에 지어진 아파트 10만여가구 중 약 2만 5000가구를 가져갔습니다.

제도 도입 초기 특별공급은 일반분양보다 경쟁률이 대폭 낮을 뿐 아니라 기존 다주택자들에게도 청약을 허용했습니다. 여기에 이사비 지원과 함께 취득세 감면·면제, 특별공급 탈락 시 일반공급으로 재지원이 가능한 특전까지 제공했습니다. 이후 세종시는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44.93%로 전국에서 가장 높을 정도로 폭등하면서 ‘당첨만 되면 로또’로 통하는 것이 바로 세종시 아파트였습니다. 무주택 서민들이 수백대 1의 비좁은 청약 경쟁을 뚫어야 하는 상황에서 공직자들은 상대적으로 쉽고 저렴한 신규 아파트를 속속 챙겼습니다. 여기에 특공으로 받은 아파트를 실제 거주하지 않고, 팔아 수억원의 시세 차익만 거둔 공직자들도 적지 않아 공무원 특공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장·차관이나 선출직 등 정무직 공무원은 특공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관련 규정을 변경했습니다. 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이춘희 세종시장 등의 정무직 고위 공무원들은 막차 특공을 신청해 분양권을 챙기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 중 이춘희 세종시장은 분양 자격 제한 반년 전인 2019년 6월 시장 재임 중 특공 분양을 신청해 124㎡ 아파트에 당첨됐습니다.

올해 공개된 고위공직자 정기재산 변동사항에 따르면 이 시장의 재산은 배우자와 모친 등이 보유한 부동산 등을 합해 모두 32억 5510만원으로 전국 15개 시·도지사 중 1위에 올랐습니다. 세종시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 모두 13차례에 걸쳐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제도를 변경했습니다.

그러나 특혜 시비는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올해 분양 시장에서 이전기관 특별공급 물량이 40%로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무주택 서민을 위한 일반 공급은 뒷전으로 밀리고, 특공 주택에 취득세까지 감면해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행복청 관계자는 “이전기관 특별공급 대상을 대폭 줄인 반면 의무 보유 기간을 늘리는 등 관련 규정을 이미 개정했고, 앞으로 국토부 등과 협의해 관련 규정을 대폭 개선하기로 하고, 현재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세종에 거주 중인 무주택자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아파트 청약을 매번 넣고 있지만 아직 단 한차례도 당첨된 적이 없다. 전세로 세종을 돌고 있지만 최근에는 전세값도 폭등해 계약 만료일이 다가올 수록 앞이 막막하다”며 공무원 특공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세종국가산업단지 예정 부지로 알려진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일대에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조립식 주택이 촘촘히 들어서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