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독일서 디젤 배출가스 조작 혐의..제2 디젤게이트 점화

by남현수 기자
2019.04.19 14:00: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클린 디젤 마케팅으로 승승장구했던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일부 차량에 배출가스 관련 불법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것과 관련해 독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지난 3월부터 진행된 디젤 모델의 요소수 탱크 크기를 의도적으로 줄인 건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진 추가적인 혐의다.

독일 일요신문인 ‘빌트 암 존탁’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연방자동차청(KBA)이 메르세데스-벤츠 일부 모델에서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불법 소프트웨어가 발견돼 청문 절차를 밟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벤츠의 모기업 다임러는 발표문을 통해 청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조사에 협조하는 것은 물론 조사 과정에서 다임러의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독일 연방자동차청이 조사 중인 불법 소프트웨어는 지난 2012년부터 2015년 사이에 생산된 메르세데스-벤츠 디젤 엔진을 단 GLK 220CDI 모델 6만여대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GLK에 적용된 불법 소프트웨어는 실험실에서는 배출가스 검사를 시행할 땐 산화질소를 줄이지만 실제 주행에선 기준치 이상의 산화질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두 미세먼지 오염량을 늘리는 원인 물질이다.



이번 벤츠 SW 조작 혐의는 2015년 터진 폴크스바겐-아우디그룹 디젤게이트와 유사점이 있다. 디젤게이트 당시 폴크스바겐은 배출가스 검사에서는 질소산화물을 낮추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질소산화물이 기준치를 초과 배출하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사실이 드러나 전 세계적인 파문이 일었다. 이 사건으로 폴크스바겐은 1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벌금과 함께 회장이 구속됐다.

이와 함께 BMW, 벤츠, 폴크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제조사의 요소수 탱크 용량 담합 혐의에 대한 조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조사의 주요 내용은 20L 이상 돼야 하는 요소수 탱크 크기를 담합을 통해 8L로 줄였다는 점이다. 조사 중 디젤이 아닌 가솔린 차량에는 미세먼지 필터(OPF)를 장착하지 않기로 담합했다는 것도 추가적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드러난 요소수 탱크의 용량을 줄이거나 OPF 담합은 모두 불법적인 의도로 배출가스를 줄이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한편 국내에서 밝혀지거나 조사가 진행 중인 디젤 배출가스 관련 사건은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BMW 화재게이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허위 인증 등이다.

'클린 디젤'로 2000년대 중반부터 승용차 디젤 열풍을 주도했던 독일차 업체들의 담합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사기로 밝혀진 독일차의 '클린 디젤' 마케팅에 이런 담합이 보조를 맞췄다는 것이다. 이들 독일 자동차 업체는 2006년 디젤 승용차에 요소수 탱크를 장착하기로 의견을 모은 뒤 담합을 통해 적정치보다 용량이 작은 요소수 탱크를 순차적으로 장착했다는 물증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제2의 디젤게이트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