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기 적자' 위기의 해운업, 정부에 SOS

by박정일 기자
2012.08.21 16:28:04

전경련, 박재완 장관에 ''정책금융 지원'' 공식 요청…"검토하겠다"
대형 해운사들도 장기 적자 누적…유동성 악순환
업계 "외국 정부는 해운사를 기간산업으로 인식, 전폭 지원"

[이데일리 박정일 기자] 계속되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해운업계가 정부에 SOS를 요청했다. 유럽발 경기침체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유동성 지원을 해 달라는 것이 그 핵심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국경제인연합 등 경제단체들도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어, 수출 기반 산업인 해운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경련 경제정책위원회는 지난 20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초청해 열린 경제정책위원회 회의에서 정책금융기관의 국내 해운산업 지원 확대 등 지원을 건의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해운 불황기에서 지속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책금융기관에서의 대출 융자 등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해운업계의 흐름 상 이번 위기만 넘기면 살아남을 수 있는 만큼 빠른 선택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재정부에 요청한 업계의 요구 사항은 ▲회사채 발행 시 정책금융기관 보증을 통한 신용 보강과 ▲외국 금융기관의 선박담보비율(LTV)적용 유예가 불가할 경우 정책금융기관이 지급보증을 통한 문제 해결 등이다.

업계의 이 같은 요구에 박 장관은 “검토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해운업계의 지원 요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계의 장기불황이 지속하면서 물동량 감소, 운임 폭락, 유가 상승, 이에 따른 유동성 악화라는 악순환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한국선주협회)
국내 업계 1위인 한진해운은 2009년 심각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다 지난 2010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2조8247억원, 영업이익 4169억원이라는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다시 회복 분위기를 보였다. 하지만 2011년 1분기부터 영업적자로 돌아선 뒤 6분기 만인 지난 2분기에 겨우 흑자로 돌아섰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흑자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지난 2009년과 작년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면 당분간 호황이 이어져야 하는데, 세계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앞으로의 전망은 쉽게 예측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 2위인 현대상선도 영업손실 1245억원으로 6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3위인 STX팬오션도 234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거듭했다.

업계에서는 우리 정부도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처럼 좀 더 전폭적인 유동성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지난 7월 1조원대 선박금융을 추가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정부가 지원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규모를 늘려 달라는 것이 업계의 요구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각국 정부는 해운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식하고 자국 해운선사들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자칫 국내 해운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선박을 팔 경우 호황기 때 외국 해운사들만 이득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