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빼앗기는 `구글의 굴욕`..뭐가 모자라서?

by이승형 기자
2011.01.27 14:46:42

삼성경제연구소, 구글-페이스북 인재전쟁 보고서

[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급부상한 페이스북 간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온라인 광고시장 등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승부를 벌이고 있는 두 기업 간 경쟁의 핵심은 바로 인재쟁탈전. 특히 최근 구글의 핵심인력 상당수가 페이스북으로 옮겨감에 따라 구글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인터넷 시대의 총아인 구글이 잇따라 경쟁업체에 인력을 빼앗기게 된 이유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어느덧 관료주의 문화가 조직내에 자리잡았기 때문.

이에 따라 최근 대대적으로 연구개발(R&D)인재 찾기에 나선 우리 기업들도 '일하고 싶은 기업문화 만들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7일 내놓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인재전쟁'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해 사이트 방문자 수 및 체류시간을 기준으로 구글을 추월했다. 페이스북의 매출액과 종업원 규모는 구글의 10분의 1 이하이지만, 전 세계 이용자 수는 5억명을 넘어서 구글을 위협하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또 구글은 지난해 온라인 광고시장의 83%를 점유하고 있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광고시장에서는 페이스북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올해에는 페이스북이 소셜 네트워크 광고시장의 3분의 2를 가져가고, 전체 온라인 광고시장의 8.7%를 차지할 전망이다.

두 기업이 맞붙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사업분야가 서로 겹치기 때문. 페이스북은 소셜 기능을 접목한 이메일 서비스와 검색엔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모바일 사업까지 진출할 예정이어서 구글의 기존 사업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사업분야가 겹치다보니 인재 쟁탈전도 뜨겁다. 오늘의 구글이 있기까지 성장 엔진 역할을 했던 핵심 인력들이 최근 1~2년간 대거 페이스북으로 이직했다. 이 때문에 구글은 지난해말 전 직원에게 10%의 연봉 인상과 별도의 보너스 지급을 단행해야 했다.



자리를 옮긴 전직 구글 인력들이 한결같이 밝히는 이직 사유는 인재를 유인하는 페이스북의 매력적인 조직문화에 있다. 페이스북은 핵심인력인 제품 개발자들에게 업무 수행 과정에서 최대한 자율성을 제공하고 있다.

가령 페이스북의 아이디어 산파 역할을 하는 '핵카톤'은 직원들이 자발적, 즉흥적으로 만들어가는 아이디어 제안 및 교환 프로그램이다. 흥미로운 것은 직원들이 파티 형식과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는 점.

반면 구글은 20% 룰(근무시간의 20%를 창의적 일에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과 같이 초기에는 창의성을 강조하는 조직문화를 가졌으나 지금은 엔지니어들이 신제품 개발보다는 기존 제품 개선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또 중요한 결정은 모두 임원들이 하고, 직원들은 업무와 관련해서 아주 사소한 것까지 관리받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구글은 현재 엄청 거대해지고 있으며 느리게 움직이는 회사가 돼버렸다. 페이스북에서는 구글에 비해 모든 일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구글에서 페이스북으로 이직한 한 직원의 이 말은 오늘날 구글의 문제점을 대변하고 있다.

여기에 비전을 제시하는 스타 창업주의 존재 또한 중요한 이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페이스북 창업주 마크 주커버그는 세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 1위에 올랐다. 이제 페이스북에는 제2의 주커버그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들끓고 있다.

물론 높은 보상과 성장 기회 역시 이직의 동기 중 하나다. 골드만삭스가 이달 평가한 바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는 500억달러(약 56조원)에 달한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이 기업에 쓸만한 인재들이 스톡옵션의 혜택을 바라고고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보고서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들은 조직의 관료화를 경계하고 역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창업가적 마인드로 끊임없는 혁신과 성장을 추구하는 CEO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