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마이뉴스 기자
2004.05.11 16:09:31
"우리는 `거대한 소수정당`으로 간다"
[오마이뉴스 제공] 민주노동당이 10석이라는 소수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혁과제 네트워크"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노동당 소속 당선자 10명은 11일 오후 1시 남원중앙연수원에서 2박 3일간 열린 의원연수 일정을 모두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자·농민·시민사회단체·자발적 국민들과 함께 구성되는 개혁과제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 경제, 민생현안의 개혁과제들을 실천해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개혁과제 네트워크를 통해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차별철폐, 무상교육·무상의료 도입, 한반도평화실현, 식량주권확보 등의 과제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29일 열리는 당대회를 통해 17대 국회 4년간의 의정활동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곧바로 개혁과제 네트워크의 구성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개혁과제 네트워크는 10명의 당선자들이 2박3일 연수기간 동안 "산적한 개혁과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소수정당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두고 벌인 장시간의 토론 끝에 내려진 결과이다.
"17대 개원 후 가장 먼저 파병철회, 민생입법 제정부터 하겠다"
조승수 당선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박3일 동안 당선자들은 민주노동당이 추진할 개혁과제들의 경중을 따지고 우선 순위를 공유했다"며 "결국 우리는 원외에 존재하는 다수 지지세력을 등에 업고 가는 "거대한 소수정당"의 모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은 17개 국회개원과 동시에 추진할 최우선 과제로 ▲이라크파병반대 ▲상가임대차보호입법·고금리제한입법·주택임대차보호입법 등의 민생입법제정 및 개정 ▲국민소환제 도입·선거연령 인하·정당명부제 개선 등을 꼽았다.
아울러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향해 "실용주의 논쟁, 선진보수 논쟁은 지금까지 양당이 자신의 정책과 이념에 따른 정치보다는 이미지 정치에 치중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양당은 하루빨리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민주노동당과 정책경쟁, 민생경쟁을 벌이자"고 촉구했다.
"캐스팅 보트라는 네거티브 전략은 진보정당 수명 단축"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개혁과제 네트워크는 소수정당의 네거티브 전략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국민여론을 수렴, 원내에 반영하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의석 격차는 민주노동당의 의석수보다 많은 31석. 김윤철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은 "언론이 3당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는한 캐스팅보트는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당 대 당" 공조는 피하자는 입장을 이번 연수기간 동안 분명히 했다. 자칫 진보정당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원내외 모두에서 지지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언은 "진보정당이 추진하는 개혁정책을 자신들의 지지층과 함께 이뤄감으로써 개혁의 성과를 민주노동당의 자산으로 축적해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과의 정책공조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개혁정책을 타당이 "먹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반성도 공유했다.
단병호 당선자는 "아직 네트워크 구성에 관한 구체적인 형식이나 영역은 정하지 않았다"며 "노동문제의 경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동에 관심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와 전문가그룹을 포괄한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은 민주노동당 의원단이 밝힌 대국민 실천선언 전문이다.
민주노동당 의정연수 대국민 실천선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5월 9일부터 11일까지 2박3일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남원 연수원에서 노동자·농민·서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의정연수를 실시했습니다. 평등한 사회와 자주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고민과 토론을 거친 끝에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은 다음의 과제를 추진하기로 결의했습니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17대 국회가 개원하면 최우선적인 과제로서 첫째, 이라크파병철회를 추진할 것입니다. 미국의 이라크 포로학대로 인해 아랍권의 반미정서가 높아져가고 있고, 앞으로도 점점 내전양상이 격화될 이라크에 파병을 하는 것은 우리 젊은이들의 죽음을 조장하고 방조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에, 민주노동당은 우리 젊은이들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세계평화에 동참하기 위해 반드시 이라크 파병을 철회시킬 것입니다.
둘째, 시급히 당면해 있는 민생과제 해결을 위해 상가임대차보호입법, 고금리제한입법, 주택임대차보호입법 등 민생입법제정 및 개정에 나설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민생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셋째, 부패한 정치인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를 위한 선거연령 인하, 정책정당 육성을 위한 완전한 정당명부제의 실현 등의 정치개혁을 국회개원과 동시에 단행함으로써 정치개혁의 새로운 역사를 쓸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은 민주성·투명성·진보성을 생명으로 하는 정당정치의 모범을 창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정당들은 진성당원 없는 의원들만의 정당, 생산적 정책논의보다 계파간 야합으로 점철된 전근대적 보수정당의 역사였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상향식 당직-공직후보 선출, 진성당원의 획기적 확대, 당원소환제 실현 등 끊임없는 정당혁신을 단행함으로써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지향해야 할 정당정치의 교과서가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민주노동당은 비록 10석의 의원을 가진 소수정당이지만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많은 노동자·농민 대중조직,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자발적 국민과 함께 "개혁과제 네트워크"를 구성해 진보적 개혁과제를 실현하는 "거대한 소수정당"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개혁과제 네트워크"를 통해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차별철폐, 무상교육·무상의료 도입, 한반도평화실현, 식량주권확보 등의 중차대한 과제를 반드시 실현하겠습니다.
오는 29일 당대회를 통해 17대 국회 4년간의 의정활동 마스터플랜을 국민여러분께 발표하고, 곧바로 "개혁과제 네트워크"의 구성에 돌입할 것입니다. 진보개혁에 함께 하는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국민여러분의 동참을 바랍니다.
아울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도 촉구합니다. 현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용주의 논쟁, 선진보수 논쟁 등은 지금까지 양당이 자신의 정책과 이념에 따른 정치보다는 이미지 정치에 치중해왔다는 것의 반증입니다. 양당은 하루빨리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민주노동당과 당당히 정책경쟁, 민생경쟁을 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민주노동당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걸어가보지 못한 개척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10명의 의원으로 한국사회의 민주·평등·통일을 앞당겨야 할 민주노동당의 어깨는 너무나도 무겁습니다. 그러나 국민여러분이 함께 해 주신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인간적인 사회가 될 것이고, 우리 아이들은 보다 빨리, 보다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노력에 국민여러분이 함께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리면서 진보개혁의 힘찬 돛을 올리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5월 11일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당선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