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탑승거부' 獨 루프트한자에 사상 최대 벌금 때린 美

by이소현 기자
2024.10.16 10:24:10

'마스크 거부' 승객 걸러내려다
유대인 차림새 전원 제한 조치
美 교통부 약 55억원 벌금 부과
"누구도 여행할 때 차별 받아선 안돼"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이 유대인 승객을 차별 대우한 독일 항공사에 인권 침해와 관련해 역대 최대 벌금을 부과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교통부는 2022년 5월 프랑크푸르트에서 환승 항공편에 탑승하려던 유대인 승객을 차별한 혐의로 독일 국적항공사인 루프트한자에 400만 달러(약 55억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2년 3월 20일 이스라엘 중부 텔아비브 인근 브네이 바라크시의 포네베즈 공동묘지에서 초정통파 유대인 애도객들이 하레디 랍비 차임 카니에프스키의 장례식을 보기 위해 울타리에 올라가고 있다. (사진=AFP)


미 교통부는 루프트한자는 일부 승객의 잘못된 행동을 이유로 정통 유대인 남성이 일반적으로 입는 옷을 입은 승객 128명에게 항공편 탑승을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미 교통부 조사관들과 면담한 승객 대부분은 서로를 모르거나 함께 여행하지 않았지만, 루프트한자 측이 자신들을 마치 단체 손님처럼 대했고 일부 승객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거의 모든 승객의 탑승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시 정교회 랍비를 기리기 위한 연례 추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환승편에 탑승할 예정이었다. 루프트한자는 문제의 승객을 특정하지 않은 채 테두리 없는 작은 모자를 쓰거나 머리카락을 옆으로 말아 내려 유대인으로 비치는 승객을 일괄적으로 제재했다. 당시 루프트한자는 탑승객 131명의 승객 중 128명에 대한 탑승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루프트한자 측은 당시 코로나19 시기로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통로나 비상구 근처에 모이지 말아야 한다고 승객들에게 요구했지만, 지시를 따르지 않은 몇몇 승객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승객들의 비슷한 옷차림에 루프트한자 승무원들은 지시를 따르지 않은 이들을 식별하지 못했다. 항공사 측은 위반 건수가 너무 많고 많은 승객이 비행 중 좌석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해당 환승편의 루프트한자 기장은 보안요원에게 승객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알렸고, 이로 인해 승객들은 연결 항공편의 탑승을 거부당하게 됐다.

당시 루프트한자는 유대인을 집단적으로 차별했다는 비판을 받자 “규정을 따르지 않는 승객으로 제한하지 않고 큰 집단에 탑승을 거부한 행위를 후회한다”며 “우리는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어떤 형태의 차별도 일절 용납하지 않는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루프트한자는 2022년 대부분의 승객과 합의에 도달해 보상금으로 2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루프트한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22년 사건 이후 미 교통부와 전적으로 협력해왔으며 미 유대인위원회와 협력해 반유대주의와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항공업계 최초의 관리자 및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교통부는 조사 과정에서 루프트한자 측은 자사 직원이 승객을 차별했다는 사실을 부인했으며 ‘의사 결정 과정에서 부정확한 의사소통, 오해, 오판으로 인한 불행한 일련의 결과’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 교통부는 이번 벌금이 민권 침해에 대해 항공사에 부과한 벌금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피터 부티지지 미 교통부 장관은 “누구도 여행할 때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며 오늘 조치는 승객의 민권이 침해될 때마다 조사하고 조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항공업계에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