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식이 견인한 경기회복, 코로나 2차 팬데믹에 '휘청'(종합)

by이명철 기자
2020.12.30 11:31:09

11월 산업활동동향, 전산업생산 2개월만 증가 전환
반도체 수출 호조에 주식 거래액 44.8% 급증 영향
소매판매 2개월째 부진, 12월 방역 강화 여파 불가피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원다연 기자] 코로나19 확산에도 지난달 주요 경기지표가 개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인데다 일명 ‘동학개미’ 열풍에 주식 거래가 급증하면서 생산지표를 끌어올린 영향이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잇따라 격상하면서 내수 부진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가 심화할 경우 정부가 목표한 경제성장률 달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 행사에 참석해 김윤 SKT 부사장으로부터 국내 최초 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은 0.7%(전월대비) 늘어 2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광공업(0.3%), 서비스업(0.7%)이 고루 증가해 전체 산업생산지표가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광공업은 반도체, 서비스업은 주식 등 금융보험업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제조업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 수출이 감소했지만 반도체가 계속 수출돼 전체적으로 증가했다”며 “서비스는 국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음식·숙박 등 대면서비스 위주로 생산이 감소했지만 금융·부동산 같은 서비스 생산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광공업의 경우 자동차가 8.8% 감소했지만 반도체와 전자부품이 각각 7.2%, 7.4% 증가했다. 반도는 D램·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수출이 늘었다.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4.0% 늘었는데 이중 반도체가 16.4% 늘어 3개월 연속 두자릿수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 수출도 21.4% 늘어 스마트폰·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이 증가하며 전자부품 증가세에 도움을 줬다.

서비스업은 금융·보험이 4.6% 증가했는데 이는 2012년 2월(5.0%) 이후 8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지수(142.4) 자체로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11월 주식거래액은 578조7000억원으로 전월대비 44.8% 급증하며 증권사의 거래수수료 또한 늘어 생산 지표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가 활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지수는 이달 29일 2820.5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주식 시장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설비투자는 3.6% 증가했다. 선박 수입 감소로 운송장비 투자가 전월에 비해 3.7% 감소했지만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이 크게 늘어 기계류 투자가 6.3% 증가했다. 건설기성은 주거용·비주거용 건축 공사 실적(4.6%)이 증가해 2.1% 늘었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쌀국수 가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생산지표 호조에도 지출 측면에서 소비 부진은 걱정스럽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9%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외출 감소로 의복 등 준내구재가 6.9% 줄었다. 전월 2.0% 늘어 소매판매를 이끌었던 자동차 등 내구재도 0.4% 감소해 영향을 미쳤다. 집밥 소비가 증가하면서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는 1.3% 증가했지만 전체 감소세를 막지 못했다.

소매업태별 판매액을 보면 홈쇼핑·인터넷쇼핑 등을 하는 무점포소매가 20.1% 늘었지만 전문소매점(-12.4%)·면세점(-38.9%)·백화점(-7.2%)·슈퍼마켓 및 잡화점(-3.2%)·대형마트(-2.1%)는 일제히 줄어 관련 종사자들의 어려움은 지속되는 양상이다

현재 경기 상황과 향후 전망을 나타내는 경기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1년여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동반 상승했지만 경기 개선의 신호라고 받아들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안 심의관은 “코로나19 양상에 따라서 수출·대면서비스가 크게 영향을 받고 있고 12월에 들어가면서 재확산이 지속돼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예측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12월 들어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α까지 격상했고 전국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방역 조치로 내수 부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이달 17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1.1%로 전망했는데 경기 침체가 심화할 경우 이보다도 더 낮은 역성장 폭을 나타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11월 동향은 최근 3주일간 변화 상황을 반영 못했는데 그간 코로나19가 상당히 심각해진 상황”이라며 “12월 생산 분야에서는 반도체 분야만 증가를 보여 경제 전체가 나아진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전반적인 소비 부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