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韓수출규제로 脫일본 가속…日기업에 부메랑"

by정다슬 기자
2020.05.20 10:42:08

닛케이 脫일본화 진행되는 韓반도체 상황 보도 눈길
스텔라케미파, 2019회계연도 불화수소 출하량 30% 줄어
"한번 빼앗긴 점유율 돌아오지 않는다" 위기의식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한 일본 정부의 방침이 오히려 일본 기업들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불화수소 생산업체인 스텔라케미파는 11일 발표한 2020년 3월 기준 결산에서 순이익이 전년대비 1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개정을 배경으로 반도체·액정용 불화수소 수출판매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스텔라케미파의 이번 회기연도 불화수소 출하량은 전기 대비 30% 정도 줄어들었다.

또 다른 불화수소 생산업체인 모리타화학공업 역시 1월 초부터 한국에 불화수소 수출을 재개했지만, 규제 강화 전과 비교하면 수출량은 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기업이 불화수소 조달처를 일부 변경했기 때문이다. 모리타화학공업 간부는 “한 번 뺏긴 점유율을 되돌리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수출 규제 강화로 반도체소재 시장에서 일본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그간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일본 제품이 선호됐던 배경에는 품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조달이 보장된다는 점에 있었다.

반도체라는 것은 아주 미세한 차이로 수율이 달라지는 섬세한 제품인 만큼 한국기업은 품질이 보장되는 일본제품을 선호했고, 일본 반도체소재 회사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형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일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를 한국에 수출하는 절차를 강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당초에는 한국에 제품을 수출할 때 일본기업들은 해당 제품을 포괄해 일본 당국에 신고만 하면 됐지만,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출을 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게 된 것이다. 당연히 수출 절차가 느려지고 납품 과정의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다.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유에 대해 한국으로 수출한 이들 제품이 북한으로 유용된 정황이 있거나, 매년 열렸던 한·일 전략물자 관련 정책대화가 중단되면서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사실상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항의성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후 강화된 수출 규제 아래서 일본 기업의 한국 수출이 재개됐지만, 한 번 일어난 탈(脫)일본화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11월부터 액정 패널 제조공정에서 사용하는 불화수소를 스텔라케미파가 만든 고순도 불화수소가 아닌, 우리나라 기업 솔브레인이 만든 불화수소를 100배 희석시킨 것을 사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간부는 “충분히 희석해 사용하면 일본에서 만든 고순도 불화수소를 사용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생산라인 일부에는 국내에서 생산한 저순도 불화수소 사용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만약 일본 수출 규제가 2019년 7월 이전으로 되돌아온다고 하더라도, 한 번 바뀐 소재가 다시 일본산으로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본 한 전자부품 업체 영업담당자는 최근 한국기업으로부터 “조달처로서 일본 기업의 우선순위는 떨어졌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 정부의 한국 소재·부품·장비 산업 키우기 기조가 시작된 상황에서 한국기업이 일본기업과 다시 거래를 맺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소재부품 담당자는 “한국 정부가 과잉반응한 것은 언제나 있어 왔던 일이다. 일본 정부는 좀 더 어른스러운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라며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성급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본 수출규제 관련 대응현황 및 향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우리나라 산업통산자원부는 지난 12일 일본 수출규제 대응관련 브리핑에서 “일본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제시한 3가지 사유가 모두 해결됐다”며 이달 말까지 수출규제 복원에 대한 답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아직 무응답이다.

닛케이는 “일본 경제산업성은 ‘부적절한 사안이 있어 신뢰 관계가 훼손됐기 때문에 수출 규제를 개선한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하지만 ‘경제 보복’을 받은 한국 측은 반발을 지속한다. 한·일 정부의 갈등은 일본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