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CT6,날쌘 독일차 같은 아메리칸 럭셔리

by남현수 기자
2018.06.18 10:58:05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미국차는 차체와 배기량은 크지만 연비가 떨어지고 실내 조립 품질은 조악하다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있다. 하지만 캐딜락 CT6는 기존 미국차에 대한 기성관념을 깨는 차다. 캐딜락 모델 중 가장 큰 플래그십 모델로 안락한 뒷자리와 큰 차체에 어울리지 않는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캐딜락은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2008대를 판매했다. 캐딜락 브랜드가 판매 2000대를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그 중 CT6는 전체 판매량의 40%(805대)를 차지하면서 명실상부한 캐딜락 대표 모델로 자리잡았다.

CT6에는 두 가지 엔진 라인업과 3가지 트림이 있다. 2.0L 가솔린 터보와 함께 V6 3.6L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한 프리미엄, 플래티넘 두 가지 트림이 있다. 최근 제조사들은 환경 규제에 발맞춰 엔진의 다운 사이징에 적극적이지만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에 V6 자연흡기 3.6L 엔진을 장착하는 건 용납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캐딜락 CT6모델 중 가장 상위 트림인 V6 3.6L 자연흡기 엔진이 달린 플래티넘 등급이었다. 플래티넘 등급은 프리미엄 등급이나 2.0L터보 엔진과 달리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등 달리기를 위한 옵션과 뒷좌석 탑승자 전용 플립형 듀얼 디스플레이, 뒷좌석 8방향 조절 및 쿨링 기능 등 모든 옵션이 추가 된 모델로 운전의 재미와 뒷좌석의 안락함까지 놓치지 않는 차량이다.

CT6는 기존 캐딜락 차량들처럼 굵은 직선 위주로 디자인돼 강인한 남성미를 내뿜는다. 또한 보닛 윗 부분부터 범퍼 아래쪽까지 수직으로 뻗은 데이라이트와 LED 헤드램프는 점잖은 세단에 멋을 더하는 요소다.

이번 시승 중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시트였다. 앞 좌석은 20방향으로 시트가 조절돼 운전 자세를 잡는데 편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안마기능이 모든 시트에 다 적용돼 좋았다. 보통 자동차에 적용된 안마시트는 시원하다는 느낌보다 장시간 운전 했을 때 피로감을 줄여주는 수준인데 CT6에 장착된 안마 시트는 시원하고 개운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

시동을 걸면 전면에서 스르르 올라오는 보스 파나레이 스피커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과 더불어 차량 전체에 34개나 장착돼있다. 보스는 저음이 강화된 소리가 특징이지만 CT6에 장착된 파나레이 오디오는 모든 음역대에서 해상도 높은 소리를 들려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또한 뒷좌석 승객을 위한 무선 헤드폰도 2개나 마련돼 있어 방해 받지 않고 음악을 감상 할 수 있다.

시동을 걸면 12인치의 컬러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계기판이 화려하게 작동한다. 계기판 뿐 아니라 센터페시아에 큼직하게 자리한 10.2인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터치의 반응속도가 좋다. 또한 기어 노브 뒤에 있는 터치패드로도 조작 할 수 있어 편리하다. 공조시스템을 분리하고 터치가 아닌 버튼식으로 구성한 점은 칭찬 할 만 하지만 터치로 작동하는 비상등이 조수석 쪽으로 치우쳐 있는 점은 조금 납득하기 어렵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5m가 넘는 차체가 조용히 움직인다. 속도 감응형 스티어링 휠은 저속에서는 가볍게 돌릴 수 있지만 고속으로 가면 묵직하게 변해 안정성을 더한다. CT6 전 모델에는 리어 카메라 미러가 장착된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렵지만 적응하고 나면 기존 룸미러 보다 오히려 편하게 느껴진다.

뒷좌리 승객을 위한 모니터와 8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한 시트가 있어 얼핏 쇼퍼드리븐 차량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CT6 플래티넘에는 최고출력 340마력에 최대토크 39.4kg.m을 발휘하는 V6 3,6L 자연흡기 엔진과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휠이 적용돼 운전 재미가 있는 플래그십 세단이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V6 자연흡기 엔진 소리가 기분 좋게 들리면서 답답하지 않은 가속력을 선사한다. 또한 최대 1/1000초로 노면을 읽고 댐핑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시스템은 직선 도로를 주행 할 때도 좋지만 코너를 만났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코너링이나 차선 변경을 할 때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휠 시스템이 뒷 바퀴를 조향하고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노면에 따라 서스펜션을 조절한다. 스포츠카와 같이 차량이 수평 이동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급한 코너링에서 더 이상 차가 기울지 않는 선을 정해 놓은 듯 차의 크기와 어울리지 않는 탄탄한 코너링 성능을 보여준다. 또한 마그네슘 소재의 패들 시프트는 감촉과 버튼의 느낌까지 훌륭하다.

CT6가 캐딜락의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여유롭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넘치는 출력으로 나긋나긋하게 나아간다. 여유로운 주행에서도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그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드러낸다. 불쾌한 노면의 느낌은 걸러주고 필요한 노면의 정보를 읽어내는 서스펜션은 내가 지금 운전하는 차가 미국 태생의 차량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미국차보다 독일차에 가까운 모습이다.

달리기와 안락함을 다 잡은 CT6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차선을 읽고 앞 차를 따라가면서 가·감속을 하는 반자율 주행 시스템은 많이 발전되서 운전자가 불안함을 느끼지 않고 장거리 주행을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CT6에 장착된 풀스피드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급가속과 급감속으로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주고 차선을 유지하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차선을 넘어 갈 것 같을 때 차선 안 쪽으로 쳐주는 수준이라 적극 활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낮에 시승을 진행한 탓에 어두울 때만 사용 할 수 있는 나이트 비전 시스템은 사용하지 못했지만 안전까지 세심하게 신경쓴 흔적이 역력했다.캐딜락은 더 이상 마감이나 첨단 옵션이 뒤쳐지고 헐렁한 하체를 가진 미국차가 아니다. CT6는 독일차의 탄탄한 주행성능과 안락한 미국차 사이에서 완벽한 타협점을 찾은 캐딜락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캐딜락 CT6 3.6 플래티넘의 가격은 9580만원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의 가격치곤 높지 않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E세그먼트를 살 돈이면 옵션과 달리기 성능을 갖춘 캐딜락의 F세그먼트를 경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