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류성 기자
2013.02.05 15:01:42
애플 쇠퇴의 최대 피해자는 삼성전자가 될것
애플 몰락으로 중국업체들 급부상, 세계시장 호령
[이데일리 류성 산업선임기자] “3년 안에 삼성· 애플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브랜드가 되겠다”.
대표적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의 리처드 유 CEO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접수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지난달 8일 열린 세계최대 가전박람회인 미국 CES에서다.
불가능할 것으로만 보였던 그의 목표는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1080만대(시장점유율 4.9%)를 판매해 세계 스마트폰 3위 업체로 우뚝 올라섰다. 판매량이 전년 동기(570만대) 대비 89.5%나 늘어났다. 시장 성장율(36.4%)보다 2.5배나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또다른 중국업체인 ZTE도 950만대(시장점유율 4.3%)를 팔아 세계 스마트폰 업계 5위로 등극했다. 여기에 중국업체 레노버가 추진 중인 블랙베리 인수를 마무리할 경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6%에 육박한다. 지난해 애플 시장점유율(19.1%)에 근접하는 비중이다.
람몬 라마스 IDC 리서치 매니저는 “ 중국업체인 화웨이와 ZTE가 상위 5개 스마트폰 벤더에 등극한 사실은 글로벌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저가 매스마켓에 집중하던 중국업체들이 최근 고가 프리미엄 시장까지 집중 공략하고 있다”며 “혁신적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 경험(UX)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급격히 키워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005930)와 애플 양강체제로 유지되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대지각 변동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지진의 발원지는 애플이다. 천하무적일것 같던 애플이 혁신 동력을 잃고 주춤하는 사이 중국업체들이 무섭게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애플 쌍두마차 체제가 흔들리면 스마트폰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용준 팬택 마케팅본부장(전무)은 “이미 스마트폰 제조업계뿐 아니라 모바일 운영체제(OS), 스마트폰 부품, 서비스 업계에서는 전방위적으로 전략적 제휴 및 인수·합병(M&A) 작업이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1~2년 사이 대규모 이합집산이 이뤄져 메이저 업체 몇 개만 남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승자독식의 원칙이 어느 산업보다 철저하게 지켜질 것이라는 얘기다.
최대 경쟁자였던 애플의 쇠퇴는 삼성에게 역설적이게도 최대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애플이 내리막길을 걷게 되면 최대 피해는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는 중국 업체들이 각각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부 고민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