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④문제는 없나

by김수연 기자
2007.07.03 20:25:50

깎인 연금 노후보장으로는 턱없이 부족
기초노령연금 도입으로 재정에 치명적 상처..절름발이 개혁
수익률 높일 운용제도 개혁도 시급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통과된 개정 국민연금법은 내는 보험료는 그대로 두고, 노후에 받는 연금액을 줄이는 게 골자다. 대신 기초노령연금을 만들어 연금수령자 범위를 전국민으로 넓혀놨다.  

애초 연금 개혁의 목표는 재정 부담을 더는 것이었다. 현재대로라면 2047년에 연금 재정이 고갈될 것이며 따라서 이를 지연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혁이 3년 반을 끌면서 이번 개정안은 절름발이 개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재정개혁은 불완전해 고갈 시기를 2047년에서 13년 정도 잠시 미룬 것에 불과하고, 받게 될 돈이 줄어 최저생계비에도 턱없이 못미친다.

`적게 낳고 오래 사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아무리 더 내고 덜 받아도 돈이 모자랄 수 밖에 없다. 이번 개혁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수급자들이나 재정 고갈을 우려하는 정부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개정 국민연금법은 국민연금 보험료율(표준소득월 대비 내야하는 연금보험료 비율)을 현행 9% 그대로 둔다. 내는 돈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현행 60%인 국민연금의 급여대체율(가입기간 중 평균소득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받게되는 연금)을 2008년부터 50%로 낮추고, 2009~2028년 매년 0.5%포인트씩 낮춰 2028년 이후부터 40%로 낮춘다.즉 60%에서 40%로 깎으니, 받을 돈이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
 
더구나 연금을 소득이 40% 받는 것은 40년 가입했을 경우인데, 실제 가입 평균기간은 21년이다. 따라서 대다수 가입자는 생애평균소득의 20%쯤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월소득 150만원의 가입자가 20년 가입후 지급받는 연금액은 월 51만원에서 34만원으로 준다. 이처럼 가입자의 3분의 2 이상이 최저생계비(올해 기준 월 43만원)에도 턱없이 부족한 돈을 받게 된다.
 
받을 돈이 이것밖에 되지 않으니, `노후생활 안정`이라는 국민연금의 기본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용돈연금` 이라는 냉소섞인 별칭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당연히 시민단체와 노동계 등 수급자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노동계는 "적정수준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안을 지금이라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개혁안으로 인해 국민연금 소득이 크게 하락할 중상위 소득계층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사적연금에 의존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보다 사적연금이 더 큰 역할을 하도록 하는게 이번 연금개혁이라는 주장이다.



수급자들을 화나게 한 보람도 없이, 개정안은 재정 고갈 예방 차원에서도 확실한 처방이 못된다. 개정 연금법은 기금 재정 고갈을 잠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

개정안 통과로 2047년 기금 소진 전망이 2060년으로 늦춰지긴 했지만,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는게 정부 시각이다. 개정안 역시 부담액에 비해 받는 연금액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또 노인, 실업자, 불안정 취업자 등 국민연금에 가입할 여건이 되지 않는 이른바 `연금사각지대` 에 대한 보완대책도 여전히 미흡하다.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돼 65세 이상 노인에게 평균소득의 10%(18만원)을 주기로 했지만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다 받아도 평균소득의 50%밖에 안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후보장에 대한 정부예산을 확대편성하고, 점진적인 증세 등을 통해 만 65세 이상의 모든 인구에게 일정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호주 영국, 일본 등과 같은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위계층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자주 거론된다.

민주노동당은 "월수입이 낮은 가입자와 높은 가입자가 같은 보험료를 내게 하는 소득상한제를 폐지, 상위계층에 더 많은 부담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모자라는 돈이나마 잘 굴려서 벌충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200조원이나 되는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4대 연금 중 수익률이 가장 저조하다. 또 2004~2006년의 평균수익률 6.36%는 캘퍼스(미국 캘리포니아 공문원연금)의 같은기간 수익률 13.4%의 절반도 못되는 형편없는 성적이다.
 
더구나 기금규모는 2020년이면 국민연금의 규모가 1000조를 넘기고, 2036년이면 2000조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가공할 규모의 국민연금은 현재 자산의 80% 이상을 수익률이 낮은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각종 규제가 기금의 탄력적 운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기획예산처, 감사원, 국회 등 운용과 거리가 먼 비전문가 집단들이 이중 삼중으로 간섭하고 있는 구조도 '시장마인드'에 기반한 효율적 운용을 가로막는 구조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