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평당 1억, 서부이촌동 `떴다`

by윤도진 기자
2007.05.10 15:42:33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부동산 시장이 침체라지만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이촌2동)의 풍경은 영 딴판이다. 올들어 재건축 아파트 값이 20-30%씩 떨어진 곳이 허다하지만 이 곳은 반대로 20-30% 올랐다. 지난 한달 동안에도 재건축 지분 값은 평당 1000만-2000만원이나 올랐다.

서부이촌동은 도심에 가까운 한강변에 자리잡고 있지만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한강대로에서 한강대교를 타기 직전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고가도로를 넘어가는 길과 원효대교 북단 아랫쪽을 통해 들어오는 길 뿐이다. 이 탓에 부촌으로 이름난 동부이촌동과는 달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한강을 사이에 두고 여의도를 마주보고 있는 입지에다 최근 용산국제업무단지와 통합개발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외지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물건은 노후 다세대주택으로, 최근 들어 급증한 투자수요에 4-5평형 지분값은 평당 1억원을 호가할 정도다.

이곳은 강변 둔치에 살던 난민들을 한강이 범람하지 않는 강둑 위로 이주시키며 8-10가구당 40평 정도의 필지를 배분해 지은 이주단지다. 때문에 지분 크기가 4-5평 밖에 안된다.

이촌2동 이화공인 관계자는 "개발이 시작되는 동시에 지분쪼개기가 심해져 소형지분이 많아진 한남뉴타운과는 달리 이 지역은 30년 전부터 4-5평대의 작은 지분이 많았다"며 "이 때문에 5-6억정도의 여유자금을 굴릴 생각을 하는 강남 부유층들이 이곳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이 지역이 용산국제업무단지와 통합개발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철도청과 서울시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통합개발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자의 주장이다.


 
자체 재건축이 추진되던 중산아파트와 시범아파트 등 지은지 30년이 넘는 아파트들도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시범아파트와 중산아파트 18평형은 각각 5억원, 5억6000만원으로 최근 한달사이에 5000만-6000만원씩 값이 올랐다.

두 아파트 모두 시유지여서 지분이 없는 상태지만 아파트 소유자에게는 중산 18평형의 경우 8.2평, 시범 18평형은 6.5평 정도의 대지를 불하받을 권리가 생긴다. 이 때문에 자체 재건축을 하거나 역세권 개발사업과 묶일 경우 큰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시범단지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값이 오르면서 집을 내놓는 사람이 거의 없고, 매도호가만 가파르게 오르는 상태다.

완공된 지 10년, 1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역세권 사업에 포함될 경우 철거될 수 있다는 `설`이 나도는 대림아파트, 성원아파트 역시 가격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동부이촌동 한가람아파트 25평형이 5억7000만원인 반면 27평형 단일평형인 성원아파트는 가장 최근에 거래된 게 6억원, 그 이후로는 6억5000만원에 호가되고 있다.

이같은 기대 탓에 이 지역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70-80%는 이미 외지인 수중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분을 가지고 있더라도 현금청산될 수 있다는 점이나, 한강변이라도 조망권 프리미엄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