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앞에서도 때리는 남편, 증거 어떻게 모아야 하나요?” [사랑과 전쟁]
by강소영 기자
2024.07.22 13:29:21
2년 연애 중 다정했던 남편의 돌변
아이 앞에서도 욕하고 폭행 다반사
“이혼하고 싶은데 너무 두렵다” 호소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남편의 욕설과 폭력을 참다못해 이혼을 고려 중인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3년 전 결혼해 돌 지난 아이가 있다는 A씨는 22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폭력적인 남편과 이혼하기 위해 조언을 구했다.
A씨에 따르면 A씨와 남편은 사내 커플로 2년 동안 연애를 하며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 그런데 결혼식을 올린 후 신혼여행을 간 뒤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A씨는 “여행 일정문제로 사소한 말다툼을 했는데, 남편이 갑자기 제 손목과 팔을 세게 잡고 바닥에 세차게 밀었다”며 “저는 그대로 내동댕이쳐져 손목과 다리에 심한 멍이 들었고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남편은 A씨에 “자신도 모르게 밀쳤다”며 사과했고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남편은 욕설과 협박을 일삼았고 몸을 밀치고 멱살을 잡는가 하면 A씨의 머리를 벽과 바닥에 사정없이 내리치고 발로 찬 적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고.
A씨가 임신을 한 와중에도 때리던 남편은 이젠 점점 커가는 아이 앞에서 욕을 하고 A씨를 때리고 있었다.
A씨는 “아이가 이제 말이 트이고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도무지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다”면서 “남편과 헤어지고 싶은데 이혼 이야기를 꺼내면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 너무 두렵다”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류현주 변호사는 민법 840조 3항을 들어 “‘상대방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란 사유가 규정되어 있는데, 폭언, 폭행 등이 여기서 말하는 ‘심히 부당한 대우’에 해당한다”며 “A씨처럼 자신이 가정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주위에 말하기도 주저되어 참는 경우가 꽤 많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가정폭력의 증거를 수집하는 방식에 대해서 “가정폭력은 부지불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그 순간을 녹음하거나 촬영하는게 참 힘들다”면서도 “사건이 발생하는 현장을 찍지 못하더라도, 사건 발생 직후에 서로 나눈 대화, 병원 진료기록, 주위 사람들에게 사건에 대해 호소하는 대화 등이 폭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고, 112 신고기록은 5년간 보존되기 때문에 신고했던 기록만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증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편의 폭력이 두려워 이혼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다면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정폭력처벌에관한특별법에 따른 주거지 퇴거 및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며 “참고인 및 증인으로 법원 출석, 귀가시 또는 면접교섭권 행사시 동행, 피해자주거에 대한 주기적 순찰과 CCTV설치, 그 밖에 신변안전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폭행 수준이 심각해 형사 고소를 고려하고 있다면 “신뢰할 만한 자료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있다면 형사 처벌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위험한 물건으로 아내의 머리를 내리친 사건이 있었는데 실형 6개월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 됐다”는 판례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