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고 과학기술기구, 조용히 활동 시작…"美견제 의식한듯"

by김겨레 기자
2023.09.04 15:04:38

中 공산당 중앙과학기술위, 홍보없이 7월 첫 회의 개최
위원회 구성·회의 내용 등도 비공개…"이례적 조치"
미·중 기술경쟁 심화 따른 국가 전략 기밀 유지 의도
"과거 ‘中제조 2025’ 계획도 언론보도후 美견제 본격화"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의 과학·기술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공산당 중앙과학기술위원회가 조용히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기술 경쟁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에 서방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비밀리에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 (사진=AFP)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3월 신설된 중국 공산당 중앙과학기술위원회(중앙과기위)가 지난 7월 첫 회의를 개최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중국은 그동안 공산당 위원회 회의 이후엔 관영 매체를 통해 정책 방향과 향후 계획 등을 공유해 왔다. 하지만 중앙과기위는 첫 회의를 개최하는 데도 회의 일시와 내용 등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이는 과거 관행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조치라고 SCMP는 설명했다.

중국은 중앙과기위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회 구성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중앙과기위가 정부 부처와 당 기관, 인민해방군까지 조율·통제할 수 있는 기관인 만큼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이 이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중국 당국이 민·군 기술을 다루는 중앙과기위가 주목받지 않도록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최근 반간첩법을 강화하는 등 기술 및 정보 유출에 대한 경계를 높이고 있는 것과 같은 취지라는 것이다. 특히 중앙과기위는 중앙군사위원회 산하 과학기술위원회도 감독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리커창 전 총리가 이끌던 국무원 조직 국가과학기술영도소조의 권한을 뛰어넘는 범위다.

쑨유타오 다롄공과대학 교수는 전략 혁신 분야에서 자립을 추구하는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발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의 견제가 본격화 했다면서 “당시 대대적인 언론 보도가 미국의 과도한 해석으로 이어졌다. 중국 당국이 민감한 과학기술 분야 최고 결정기구를 눈에 띄지 않게 운영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셰 마오쑹 중국혁신개발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중국은 서방의 관심을 피해 국가 과학 기술 발전 전략을 추진하려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중앙과기위가 극비로 운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로켓 과학자는 “중국이 모든 것을 공개한다면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방해하기 쉬울 것”이라며 “과학기술이 유출되면 국가 전체의 전략을 망치고 우리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