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장남을 VC로 보낸 이유

by김연지 기자
2022.07.15 18:25:02

알짜회사 거듭난 미래에셋벤처에 박 회장 장남 입사
해외투자 및 ICT 골고루 다루는 벤처1본부서 심사역
투자 안목 키우고 기업 경영 전반 익히기 차원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가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거듭나고 있다. 금리 인상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불확실하지만, 꿋꿋이 운용규모(AUM) 1조 원을 넘기며 그룹사뿐 아니라 업계 내에서도 입지를 키워나가면서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장남이 미래에셋벤처투자에 입사한 게 상징적이라는 평가다.

재벌가 자제들이 경영 수업을 위해 벤처캐피털(VC)을 비롯한 투자업계로 향하고 있지만,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그간 2세 승계에 대해 선을 그어온 만큼 경영 수업의 일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다만 경영자 대신 주주로만 남더라도 기업 경영 전반을 꿰뚫고 있을 필요는 있기 때문에 금융업의 근간인 투자업을 배우기 위해 미래에셋벤처투자를 택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준범씨는 지난 4월부터 미래에셋벤처투자 심사역으로 활동 중이다. 박씨가 몸담고 있는 벤처투자 1본부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에서 더 나아가 해외 투자까지 골고루 담당한다. 해외 유학 경험이 있고, 평소 게임 산업에 관심이 깊은 박씨에게 알맞은 본부인 셈이다. 그는 앞서 지난 2020년부터 약 2년간 넷마블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도 근무한 바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최대주주는 미래에셋증권으로 61.36%를 보유하고 있다. 박현주 회장이 미래에셋캐피탈을 통해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을 지배하는 구조다. 1999년 설립 이래 올해 1분기까지 47개의 VC 투자조합, 6개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로 결성한 누적 재원은 1조6713억원이다. 3월말 기준 운용자산(AUM)은 1조3734억원이다. 2005년 설립 이후 작년까지 16년 연속 흑자를 이어와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그간 대기업 오너 자녀들은 그룹 주력사에서 일하며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주력사에 머물면 규모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업계에 대한 시야를 확장할 수 있고, 그룹사 사정을 훤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만 해도 지난 1992년 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았고,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도 현대모비스에 입사하며 그룹사에 몸을 담았다.

이제는 주력사가 아니더라도 자녀의 선택을 존중하는 동시 기업의 비전과 맞아떨어지는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 등을 이어가는 모습이 종종 포착된다. 대표적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딸인 최윤정씨는 지난 2017년 SK 자회사인 SK바이오팜에 입사했다. 최씨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학교 뇌과학 연구소에서도 2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특히나 당시 SK그룹은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꼽으며 관련 사업 육성을 본격화하기 시작하던 때다. 최씨의 합류를 두고 업계에서 ‘공부 분야와 회사의 비전이 맞아떨어진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던 배경이다.

여기에 VC가 오너가 사이에서 2세 경영수업 및 교육 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분위기도 한 몫 거든다. 예컨대 김동준 키움PE 대표이자 김익래 다우키움 그룹 장남은 2010년부처 그룹 계열사에 근무하며 안목을 키웠다. 다우기술 사업기획팀을 거쳐 2018년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부사장 등을 거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준범 심사역은) 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 넷마블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며 “올해부터 회사를 보는 안목을 키우고, 투자 업계 전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그룹사 내 VC로 입사한 것으로 안다. 향후 주주로 남더라도 기업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수업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