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적합성 평가 비대면 실시…당국, 금소법 시행 개선책

by이승현 기자
2021.03.29 11:16:18

금융사의 소비자 적합성 평가 간소화 가능
설명의무, 신규계약 및 고객요청 때만 적용
당국 "필요한 조치 속도감 있게 처리"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소비자 적합성 평가를 미리 비대면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영업점에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전반적으로 상품판매 및 계약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개선책을 내놨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29일 금소법 시행 이후 판매자와 소비자가 알아야 할 중요사항에 대한 참고자료를 내어 이러한 계획을 밝혔다.

금융사는 상품 판매 때 소비자에게 받은 정보를 토대로 적합성을 평가한다. 이 적합성 평가는 경우에 따라 간소화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과거 거래를 한 소비자가 신규 거래를 할 때 기존에 소비자의 정보와 적합성 판단기준에 변경이 없다면 적합성 평가를 다시 해야 할 실익이 크지 않다. 금융당국은 적합성 판단기준이 동일하면 소비자 정보 변경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로 적합성 평가를 갈음할 수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소비자 적합성 평가를 영업점 방문 전 미리 비대면으로 하고 영업점에는 결과를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효율성 제고방안을 업계와 모색할 계획이다. 영업점에서 적합성 평가를 하지 않도록 해 금융상품 거래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는 상품 권유 전 고객이 일반금융소비자인지 확인해야 한다. 다만 상품 유형에 따라 일반금융소비자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일반 성인은 예금가입 때 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당국은 금융사의 상품 설명의무에 대해서도 유연한 접근을 강조했다.

설명의무는 금융사가 신규계약을 권유하거나 또는 소비자가 요청하면 적용된다. 즉 대출기한 연장이나 실손의료보험 갱신, 신용카드 기한연장 등 신규 계약이 아니면 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설명의무를 지키기 위해 설명서 내용을 빠짐없이 읽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금융사 직원은 설명서를 반드시 구두로 다 읽을 필요가 없고 동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수 있다.

또 내용 중 소비자가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한 항목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주요 내용 요약자료를 설명한 후 소비자가 추가 설명을 요구하면 그 부분만 설명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했다.

계약서류를 반드시 종이로 출력해 제공할 필요도 없다. 금융사는 계약서류를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에 따라 서면이나 우편(전자메일 포함), 문자메시지 등으로 제공할 수 있다. 비대면 거래의 경우 전자문서에 대해 다운로드 기능이나 상시조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금소법 시행 당일 은행 창구에서 판매직원의 상세한 설명과 다소 엄격해진 투자자성향 평가 등으로 판매자와 소비자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인정했다. 당국은 금소법이 현장에 조속히 안착되도록 금융업권과 함께 가이드라인 마련과 전산시스템 구축 등 필요한 조치를 속도감 있게 시행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