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등급 부여할까···VR기기 멀미 없이 즐긴다

by강민구 기자
2021.03.18 12:00:00

임현균 표준연 박사팀, 뇌파 변화 측정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가상현실을 체험하면서 생기는 사이버 멀미를 뇌파를 이용해 정량적으로 측정했다. 뇌의 특정 영역과 뇌파가 일관성 있게 변하는 것을 분석한 것으로 멀미 등급별 콘텐츠를 만들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임현균 안전측정연구소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임현균 한국표준연구원 박사팀.(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가상현실은 의료·게임·스포츠·교육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교육·수술· 재활·훈련 등 여러 기술체험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가상현실 체험 과정에서 고글형 기기를 쓰면 몰입도가 상승하면서 사이버 멀미도 같이 발생했다.

사이버 멀미는 디지털 기기 화면의 빠른 움직임을 보면서 어지럼과 메스꺼움을 느끼는 증상이다. 고글형 기기를 착용하고 시선을 급격히 돌리면 기기의 회전 속도를 맞추지 못해 화면 지연이 생긴다. 눈의 시각 정보와 몸의 위치 정보의 차이가 발생할수록 멀미가 더 커진다.

이를 줄이려면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개인의 멀미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 사이버 멀미는 그동안 설문지로 평가해 왔는데 이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영화처럼 등급을 부여하면 개인 맞춤형 콘텐츠도 제공할 수 있다.



연구팀은 뇌파를 이용해 사이버 멀미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사이버 멀미 표준 영상’을 제작해 참가자들에게 제시하고, 뇌파 변화를 측정했다.

뇌파는 특정 사건이나 뇌파 변화를 실시간으로 쉽고 빠르게 관찰할 수 있다. 정확한 이미지 자료가 제공되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정량적이다.

연구팀은 1주일 간격으로 21명의 피실험자에게 같은 자극을 주었을 때 뇌파가 일정하게 반응했는지 관찰했다. 실험 결과, 같은 사람의 전두부·중앙부 등 특정 영역에서 델타·시타·알파의 주파수 범위가 일정하게 나타났다. 사이버 멀미가 심한 사람일수록 뇌파의 변화가 넓게 조사됐다.

임현균 박사는 “앞으로 콘텐츠 제작이나 개발에 사이버 멀미 등급을 부여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실험 대상을 확대해 계속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로사이언스 레터스(Neuroscience Letters)’에 지난 2월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