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26th SRE][WORST]아시아나항공, 계열 부담까지 ‘이중고’
by이명철 기자
2017.11.28 12:17:00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이 ‘BBB’급 신용등급조차 지키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아시아나 회사채에 관심이 적었던 시장참여자들이 새삼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사업 리스크는 커지고 있는데다 재무안정성은 저하되고 있고,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 지원 부담까지 발목을 잡았다
아시아나항공은 26회 SRE 기업별 등급수준 적정성 설문(워스트레이팅)에서 18표(11.4%)를 받아 전체 40개 그룹 중 공동 8위에 올랐다. 아시아나항공은 24회와 25회 공동 23위를 기록하는 등 그동안 워스트레이팅 조사에서 항상 하위권에 머물렸다. 현재 신용등급이 워낙 낮은 탓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전회(9표)보다 두 배나 많은 표를 얻으면서 10위권 내로 진입했다. 크레딧애널리스트 중 10.9%, 채권매니저 11.8%가 회사를 찍었다. 상향과 하향 비중(무응답 3표 제외)은 각각 26.7%, 73.3%로 하향이 더 많았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인지도와 기재 경쟁력을 바탕으로 양호한 사업기반을 보유했다. 앞으로도 여객시장 중심 항공수요 증가가 예상돼 사업 전개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이다. 저하 추세를 보이던 영업 채산성은 2014년 하반기 이후 유가 급락에 따른 유류비 부담 완화와 화물부문 회복세로 개선되고 있다. 2014년 상반기까지 연평균 배럴당 120~130달러에 달하던 국제 항공유가는 이후 급락해 최근 50~60달러 선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저비용항공사(LCC) 등 국내외 후발주자 시장 진입이 시장 지배력과 수익창출능력 저하를 유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 심화에 따라 운임을 인상하기도 어려워 외형 성장이나 이익 규모 확대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항공사 진출도 고민이다.
2010년 이후 최근까지 4조원 이상 투자를 통해 공급 능력을 확대하면서 항공기 보유대수는 2010년 69대에서 올 3월말 83대로 증가했다. 하지만 LCC·외항사와의 경쟁 심화로 공급 증가와 탑승률 제고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LCC 등과 경쟁이 치열한 한일·한중·동남아 3개 노선이 여객 매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57%에 달하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큰 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유가가 다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며 유류비 부담이 증가하기도 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실적에도 일정 수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3분기 영업이익은 1189억원, 당기순이익 28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1.6%, 81.1% 급감했다.
사업 안전성 저하 우려로 회사채 시장에서 투자 매력도 낮은 상황이다. 10월 아시아나항공은 6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다소 높은 금리를 제시해 투자자 유인에 나섰지만 주문 자금은 30억원에 그쳤다. 같은 업종의 대한항공이 비슷한 시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한 것과 달리 쓴 입맛을 다신 셈이다.
그동안 잇단 적자로 재무여력이 약화된 것과 달리 항공기 투자를 이어가면서 재무 부담은 과중한 편이다. 3월말 별도 기준 총 차입금은 약 4조2600억원으로 2011년과 비교해 1조5000억원 증가했다. 2013년부터 누적된 적자로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항공업 특성상 유가·환율·금리라는 외부 변수에 따라 영업실적이 큰 영향을 받는 수익 구조”라며 “자연 재해나 외교 분쟁, 메르스 등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수요 위축이라는 변수에도 노출돼 실적 변동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과도한 차입구모와 외환 관련 손익 등으로 영업외수지 변동성이 큰 만큼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외부환경 변수 변화에 따른 변동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3월말 현재 약 132억달러(약 14조5400억원) 규모의 항공기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등 앞으로도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항공기 투자를 지속, 재무부담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그룹의 자금 수요 증가도 부담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5년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면서 금호산업을 인수했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외연 확장과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지원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인 금호홀딩스는 금호산업·금호고속 인수 등과 관련해 작년말 기준 9300억원 가량의 순차입금을 보유했다. 자체 현금창출력이 미흡한 지주회사의 높은 재무부담은 아시아나항공에 위험 요인이다.
한 SRE 자문위원은 “금호타이 어 등 추가 인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투기등급 이하로 내려갈 경우 일부 기한이익상실 등 자금 관련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어 투자자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