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회계투명성 높이려는 대우건설과 지정감사제

by김도년 기자
2016.12.01 10:59:25

대우建 "회계감사 앞당기고 모든 사업장 실사"…금융당국 "참 잘한 결정"
"회계투명성 선도하는 지정감사 확대 필요성…대우조선·건설 사례가 입증"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3분기 재무제표 검토보고서 의견거절로 인한 시장 우려를 불식하고 안진회계법인과의 충분한 커뮤니케이션과 근거자료 소명으로 건설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 (11월30일자 대우건설 보도자료)

대우건설이 달라졌다. 건설사 스스로 회계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선언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고무줄 회계’의 온상이었음에도 ‘업계 관행’을 들먹이며 회계 투명성에 대한 무지를 보여줘 왔던 건설업계 아닌가. 연말 회계감사 이전인 3분기에 맞은 감사인의 검토 ‘의견거절’은 그런 면에서 예방주사가 된 듯하다. 대우건설은 한 달 앞당겨 회계감사를 진행해 충분한 감사시간을 확보하고 감사인과 이견이 있는 사업장은 몽땅 실사를 진행해 시장 신뢰를 회복할 방침을 정했다. 건설업계 미청구공사 항목에 대한 테마감리를 담당하는 금융당국 관계자도 대우건설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참 잘한 결정”이라며 “시장내 회계 불신이 심하다고 판단되는 다른 건설사들도 대우건설(047040)의 이런 시도는 따를 필요가 있다”며 치켜세웠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의 회계사기 사건이 대표하듯 건설, 조선 등 수주산업은 분식회계 요주의 업종이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도 없는 내용이지만 정부는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을 별도로 내놓고 관리해야 할 정도였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건설, 조선사들에 대한 신용등급 상향 평가를 발목 잡는 요인으로 불투명한 회계를 언제나 문제 삼는다. 신용등급을 올렸다가 분식회계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뒷북 평가에 대한 비난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수주산업에 대해서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설, 조선업계 스스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회계투명성 강화 노력이 절실했던 시기가 곧 올해이기도 했다.



대우건설 스스로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나선 것은 충분히 박수를 쳐줘야 할 일이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해주는 이른바 지정감사제의 효과다. 감사 일감을 주는 기업과 일감을 따내야 하는 감사인 간 갑을관계에서 벗어나 눈치 보지 않는 외부 감사가 얼마나 회계투명성에 기여하고 있는지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사기 행위도 외부감사인 자율수임제가 적용되던 당시에 일어났고 지정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올해 2분기 일부 자료를 내놓지 않는 회사에 ‘한정’의견으로 경고를 내렸다.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던 대우건설의 분식회계도 자율수임제 아래에서 일어났고 지정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이 불투명한 회계처리 관행들을 ‘의견거절’을 내놓으면서까지 바로 잡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올 연말을 목표로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항간에는 정부가 지정감사제 대상을 확대하는 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지정 감사 확대가 왜 필요한지 대우조선과 대우건설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전면적인 지정감사 도입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6년 자율 수임에 3년 지정감사제를 도입하는 혼합감사제나 수주산업에 한해 지정감사를 도입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을 열어 놓고 고민해 봄직하다. 자율 경쟁으로 회계감사의 질이 떨어지는 근본적인 시장실패를 해결하려면 적절한 선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방법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