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는 健保 "혜택" 또 줄었다

by조선일보 기자
2004.10.06 21:13:36

올린 보험료는 적자 메우기 급급
환자 부담 4년새 9% 늘어나

[조선일보 제공] 건강보험료는 최근 크게 올랐지만, 건강보험 혜택은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포럼’지에 실린 김진현 인제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건강보험에서 받는 혜택은 현재 총진료비의 56.4%로, 2001년의 65.5%에 비해 9.1%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건보 공단의 내부 조사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환자가 병·의원에 내는 돈은 2001년 총진료비의 34.5%에서 2002년 37.3%, 2003년 41.2%, 올해 43.6%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병원에서 총진료비가 100만원이 나오면 2001년에는 건강보험에서 65만5000원을 대주었지만, 현재는 56만40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는 같은 기간 직장인은 81%, 지역가입자는 27%나 올라갔다. 정우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환자 부담액이 늘어나게 된 것은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여파로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락, 보험료를 크게 올리고도 보험혜택을 늘려주기는커녕 적자 메우는데 사용한 것이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병·의원의 진료비를 통제하면서, 병·의원들이 보험적용이 안되는 진료나 신기술 진료를 상대적으로 늘린 것도 원인이라고 정 교수는 덧붙였다. 정부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보험혜택을 많이 줘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어야 하지만, 오히려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생긴 재정적자를 국민의 보험료로 메우는데만 급급, 보험혜택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01년 이후 정부가 보험혜택을 확대한 것은 ▲본인부담 상한제(300만원)를 도입한 것 ▲항암제 치료시 보험에서 6회 인정해주던 것을 9회로 늘린 것 ▲간염치료제 제픽스정의 보험 혜택을 최대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것 등 손에 꼽을 정도로 몇개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공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총진료비에서 보험 혜택이 없는 진료비(비급여)는 같은 기간 7.6%에서 21.3%로 2.8배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의 혜택을 늘리기 위해서는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국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은 가입자들의 반발로, 국고지원 확대는 경제부처의 반대로 실현되기 어려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