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뒤 시행되는 '가상자산 트래블룰'…"국제 표준안 마련해야"

by김국배 기자
2021.11.30 14:25:20

'트래블룰 표준화 방안' 세미나
블록체인협회, 연구보고서 공개…국제 표준화 작업 추진
"국내 거래소에 적용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 적극적 협조 필요"
"본격 도입시, 원화 거래 가능한 거래소 더 나올 것"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트래블룰’ 시행이 석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제 표준안 마련이 필요하단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국경의 제약이 없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 때문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권고한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송금인과 수취인 정보 등을 모두 수집하도록 한 규정이다. 국내에선 내년 3월 25일 시행이 예고돼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벤션에서 ‘트래블룰 표준화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한국블록체인협회)


이 자리에서 오갑수 블록체인협회장은 “트래블룰에 대한 국제적 지침이나 표준안 준비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며 “트래블룰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기준을 세우고 각국의 감독당국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적 양해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경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도 “자금이동 규칙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거래소 간 정보 공유가 잘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표준 호환성이 막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는 글로벌 표준을 제시한다는 목표로 트래블룰 표준화를 추진해왔다. 이날 행사에서는 최근 초안을 완성한 트래블룰 표준화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표준 구조의 설계를 촉구하기 위한 규제 개선 방안을 담고 있다.

이정하 협회 글로벌 트래블룰 표준화 TF 부단장은 “이미 여러 트래블룰 솔루션이 출시돼 글로벌 대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기 때문에 표준을 만들어 공유하는 것이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이번 표준안은 호환성, 상호 운용성, 표준 전문 등을 제시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무엇보다 국내 거래소들의 트래블룰 구축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에서도 이런 시도와 움직임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내준다면, 이번 트래블룰 표준화 작업이 세계적인 동참을 끌어낼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트래블룰이 본격 도입되면 원화 거래가 가능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더 나올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자금 이동의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가상자산 시장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원화 마켓을 운영하는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네 곳 뿐이다.

오갑수 회장은 “트래블룰이 도입되면 자산 이동의 투명성이 제고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과정에서 문제로 제기됐던 자금세탁방지 의무와 책임을 명확히 해줘 은행이 거래소에 실명계좌 발급을 결정하는 데도 결정적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정하 부단장은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을 통해 의심스러운 가상자산 거래를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게 되면 자금세탁범죄 예방효과는 물론 규제당국와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