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철근 기자
2017.11.29 11:00:00
서울시, 29일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 합정쉼터 개소
월~금 오후 6시~익일 오전 6시 이용…휴대폰 충전기·안마의자 등 갖춰
’16년 서초쉼터 시작으로 세번째 개소…서초·장교쉼터 누적 방문자 2.6만 넘어
창원·광주 등 타 지자체로 확산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하루 평균 근무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대기하는 데 보내는 대리운전기사를 위한 휴게시설이 서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인근에 마련된다.
서울시는 29일 “이동노동자들이 휴식뿐만 아니라 건강·복지·법률 전문상담까지 종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휴(休) 서울이동노동자쉼터’ 3호점인 ‘합정쉼터’를 개소한다”고 밝혔다. ‘이동노동자’란 대리운전이나 퀵서비스, 배달, 수리 등 업무를 특정장소가 아닌 이동을 거쳐 일을 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시는 “서울노동권익센터 조사(2015년)에 따르면 서울 대리운전기사는 평균 연령 51.5세로 하루 평균 근무시간의 3분의 1(9시간 중 3.4시간)을 대기하는 데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마땅한 휴식 장소가 없어서 은행 현금인출기, 편의점 같은 곳에서 잠시나마 쉬어가는 실정”이라고 개소 배경을 설명했다.
조인동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은 “본격적인 겨울 한파를 앞두고 합정쉼터가 문을 열어 인근 이동노동자들이 이전보다 더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단순히 쉬어가는 공간을 넘어서 법적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이동노동자들에게 건강검진이나 상담 같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지원센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해 3월 전국 최초로 대리운전기사가 밀집한 신논현역 인근에 1호점인 ‘서초쉼터’를 마련한 이후 세 번째 쉼터다.
박경환 서울시 노동정책담당관은 “합정역 인근에 쉼터를 마련한 것은 많은 홍대·신촌과 가깝고 김포, 일산, 파주 등 주변 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해 특히 대리운전기사가 밀집했기 때문”이라며 “마땅한 대기·휴게공간이 없었던 이 일대 이동노동자들의 피로와 부담을 덜어주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합정쉼터는 합정역 6번 출구 인근(마포구 독막로 5 송백빌딩 3층)에 165㎡ 규모로 조성해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운영한다.
특히 쉼터 내 별도 공간을 분리해서 여성전용 휴게실을 마련해 여성노동자들이 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쉼터 내부는 교육·회의실, 커뮤니티 공간, 상담실, 탕비실 등이 조성했다. 휴대폰 충전기(약 30~40개)를 비롯해 컴퓨터(2대), 안마의자(2개), 발마사지기(2개), 건식족욕기(2개), 혈압측정기(1개), 체지방체중계(1개) 같이 이동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했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시는 다른 쉼터와 마찬가지로 유관기관과 협력해 월1회 건강·금융·법률·주거·취업상담 등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반기에 1회씩 자존감 회복과 스트레스 관리 등 힐링 프로그램도 진행할 방침이다.
박 담당관은 “특히 내년부터는 각 쉼터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합정쉼터에서는 자조모임을, 퀵서비스 기사가 많이 찾는 장교쉼터에서는 ‘오토바이 자가정비교실’을 확대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초쉼터를 개소하고 호기심에 찾기 시작하다가 입소문을 타고 이동노동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0월말 현재 서초쉼터(2만635명, 일평균 55명)와 장교쉼터(6294명, 일평균 38명)의 누적 방문객수는 2만6000명을 넘었다. 금융·건강·법률상담 등 복지프로그램 누적이용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시는 전했다.
박 담당관은 “이동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모범사례로 알려지면서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 창원에서는 현재 2개의 쉼터를 운영 중이고 광주광역시에서도 쉼터 개소를 준비 중에 있다. 이외에도 세종시,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안전보건공단 등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