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 후속조치]분양가상한제 민간택지 확대… 강남 쏠림현상 더 심해질 듯
by김기덕 기자
2017.09.05 10:45:34
정부, 내달 중 분양가상한제 민간택지 적용
주변 시세차익 노린 강남권 쏠림현상 우려
분양전환 전제 민간임대분양 나타날 수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로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 분양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재건축 조합과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반 분양가를 높여 부담금을 낮추는 방식이나 주택 개발을 통한 고수익 실현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확대로 ‘강남 재건축=고수익’ 공식이 깨질 수 있지만, 공급 확대가 아닌 수요 억제 대책으로는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분양가를 낮추기 보다는 분양 전환을 전제로 한 민간임대 분양 등 ‘꼼수 분양’을 양산하고, 시세차익을 노린 강남 분양시장으로 쏠림 현상 등 규제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요건 개선안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8일부터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거쳐 다음달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선정돼 고시되면 일반 분양주택은 상한제 시행 이후 최초로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주택부터 적용된다. 정비사업에선 관리처분계획인사를 신청한 주택부터다.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이 급등했던 2005년 공공택지에 먼저 적용됐고 2007년에는 민간택지까지 전면 도입됐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경기가 얼어붙자 이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2015년 4월 민간택지에 한해 상한제가 폐지됐다. 과거 이 제도가 도입했을 당시 가격 안정화 효과가 불투명했던 만큼 일각에서는 규제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분양전환을 전제로 한 민간임대분양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앞으로 선분양 방식이 아닌 후분양이 확산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준공 때까지 들어가는 적정 공사비나 이자비용 배분 이슈 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 택지에도 적용됐던 2009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분양한 고급아파트 ‘한남더힐’은 상한제를 피해 일반분양이 아닌 분양전환을 전제로 한 민간임대분양을 통해 시장에 선보였다. 임대 후 분양전환을 할 경우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분양가가 산정돼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5년 뒤 분양전환 시점이 되자 적정 분양가를 두고 시행사와 입주민이 제시하는 분양가 차이가 3배 가까이 벌어져 소송까지 가는 논란도 빚어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원들은 그동안 일반분양가를 높여 부담금을 낮추는 방식이 많았지만 이제는 개발에 따른 기대 이익이 하락수 밖에 없다”며 “강남 분양시장은 주변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오히려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를 ‘택지비+건축비’로 이하의 가격으로 산정하는 만큼 주택 품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건설사가 이윤을 극대화할 수 없게 가격을 핸들링하게 되면 주택 품질이 균질화되기가 어렵고, 신규 주택 고급화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력한 수요 억제 대책인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공급을 확대하거나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효과가 없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시장 위축으로 규제가 완화되거나 활성화 대책이 나온다면 분양가격이 단기간 내 폭등할 여지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