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왕따' 여학생들이 더 많이 시킨다

by정병묵 기자
2013.06.20 17:16:17

한국인터넷진흥원 주최 토론회서 교육부 주장
여학생의 경우 물리적 폭력 아닌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 커 주의 요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김모(13)양은 5학년 때 반 학생 40명에게 ‘왕따’를 당했다. 급우들이 카카오톡 단체문자로 욕설 문자를 보내기 일쑤였고 오프라인에서도 대놓고 괴롭혔다. 부모님이 가해학생 중 한 명에게 직접 찾아가 재발 방지를 요구했지만 학교에 ‘마마걸’이라고 소문이 나 6학년이 돼서도 여전히 욕설 카톡을 받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사이버 폭력이 여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시절의 사이버 폭력 피해에 따라 형성된 인격이 성인 정신병리와 연결될 확률이 크며 적극적인 피해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학교폭력대책과 신재한 연구사는 20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진흥원 주관 세미나에서 “여중생의 경우 39.2%가 사이버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남학생의 경우 사이버폭력이 신체폭력으로 발전하지만 여학생은 자살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신씨는 “신체적 폭력보다 사이버폭력으로 인한 정서적인 고통이 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IT의 발달로 가상공간을 통해 죄책감 없이 이뤄지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는 ‘사이버 불링’의 경우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20% 이상이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불링의 피해 확률은 남학생(23%)보다 여학생(36%)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국대 의대 사공정규 교수는 “중학교 시기에 언어폭력에 노출되면 성인기 불안, 정서과민, 약물중독 등 다양한 정신병리와 연결될 확률이 크다”며 “가해자 역시 과거 폭력의 피해자일 수 있기 때문에 처벌보다 근본적인 병리학적 치료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재철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정책실장은 “사이버 공간의 학교폭력에도 피해자를 보호하고 치유하는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선플 달기, 사이버 예절교육 등 소극적 정책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사이버폭력 징후경보 등 적극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