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노동비용 상승률, 팬데믹 이전 상회…"물가 둔화 더디게 할 것"

by최정희 기자
2023.12.20 14:00:00

한은,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올해 단위노동비용 2.7% 올라, 팬데믹 이전보다 높아
단위노동비용 상승률, 물가상승률에 1분기 정도 선행
"단위노동비용 완충하려 기업들 가격 인상 택할 수도"

한국은행 전경(사진=한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생산성을 고려한 명목임금, 즉 단위노동비용이 코로나19 팬데믹보다 상승했다며 그로 인해 물가상승률 둔화가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단위노동비용 상승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분기 정도 선행한다.

한은은 20일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자료를 통해 “명목임금(상용직 정액급여) 상승률이 작년 4분기를 정점으로 둔화하면서 기업들의 노동 비용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생산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노동비용은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출처: 한국은행
임금상승률이 낮더라도 생산성 증가율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실제 기업의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1인당 노동생산성은 팬데믹 충격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상당폭 둔화돼 팬데믹 이전 추세를 하회하고 있다. 생산성이 낮은 고령층 근로자, 서비스업 근로자를 중심으로 고용이 확대된 영향이다. 특히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의 41.4%(작년 기준)에 불과하다. 제조업의 경우 업황 부진에도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생산성이 둔화됐다.



생산성을 고려한 명목임금, 즉 단위노동비용은 작년 5.3% 상승한 이후 올 들어 2.7%로 상승률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인 1.9%를 웃돌고 있다. 올해 1인당 명목임금 상승률은 임금 총액 기준 2.5%로 팬데믹 이전(3.7%, 2015~2019년)에 비해 상당폭 낮아졌으나 생산성 증가율이 소폭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1분기 정도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단위노동비용이 오를 경우 이를 완충할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생산성 둔화 흐름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물가 둔화 흐름도 다소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