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물가 5.2% 전망…이창용 "물가 고점 당겨질 수도"(종합)

by최정희 기자
2022.08.25 13:30:00

한은, 8월 수정 경제전망 발표
물가안정목표제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치 제시
내년 물가상승률도 3.7%…"내년초 5~6대, 내년말에도 3%대"
올해 성장률 2.6%로 시장 예상치보다 높아
내년 2.1%로 석 달 전보다 0.3%포인트 낮아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삼성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린 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한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5.2%로 높였다. 1998년 4월 물가안정목표제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물가전망치를 제시한 것이다.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은 3.7%에 달한다. 내년말까지도 목표치(2%)보다 높은 3%대가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고점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물가가 쉽사리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올해, 내년 각각 2.6%, 2.1%로 석 달 전보다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다만 잠재성장률(2%)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성장세가 이보다 소폭 떨어지더라도 물가가 4~5%대로 높다면 계속해서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은은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5.2%, 3.7%로 석 달 전(4.5%, 2.9%)보다 0.7%포인트, 0.8%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이데일리가 11명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와 같은 수치다. 이는 1998년 1월 한은이 1998년도 연간 물가상승률을 9.0%로 전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물가 전망치를 제시한 것이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시장 예상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올 하반기 5.9%로 고점을 찍고 내년 상반기 4.6%, 하반기 2.9%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가 고점을 찍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했으나 내년초에도 물가상승률은 5~6%대, 내년말에도 3%대로 높을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8월 물가상승률이 7월(6.3%)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7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3분기말·4분기초에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물가 고점시기가 여름께로 당겨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유가가 두 달간 떨어져 정점이 7월이 될지, 9월이 될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며 “문제는 정점이 지났다고 해서 안정 국면으로 간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은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제유가가가 배럴당 101달러(기간 평균)로 석 달 전 전제치(102달러)보다 1달러 낮아진다고 밝혔다. 내년은 93달러로 동일했다. 주요 기관에선 경기침체 우려에 국제유가가 2분기 고점을 찍고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낮췄지만 경제성장률은 하향 조정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6%, 2.1%로 낮췄다. 석 달 전보다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한덕수 총리는 올해 성장률을 2.3%라고 밝혀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정사실화했으나 한은 전망대로라면 올 하반기에도 3, 4분기 0.1~0.2%(전분기 기준)를 유지한다. 이 총재는 “지난 2개월간 숫자를 보면 소비가 생각보다 좋았다”며 “한 총리가 (2.3%라고 한 것은) 이런 (소비) 자료가 나오기 이전이라 정부와 한은의 경기 인식은 비슷하다”고 밝혔다.

민간소비는 올해 3.7%에서 4.0%로 상향 조정됐다. 소득 개선과 일상 회복으로 서비스 중심으로 소비 회복이 예상된다. 반면 상품수출은 3.2%에서 3.2%로 하향 조정됐다. 중국, 미국의 경기 둔화에 스마트폰, PC 등을 중심으로 IT수출 부진이 예상되고 화공품, 철강, 기계 역시 수요 부진을 겪을 전망이다. 수입 역시 3.4%에서 2.9%로 낮아졌다. 설비투자,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세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설비투자는 -1.5%에서 -3.8%로, 건설투자는 -0.5%에서 -1.5%로 큰 폭의 역성장이 예상된다.

내년엔 투자가 플러스로 전환되지만 민간소비가 2.6%로 쪼그라들고 상품 수출은 1.6%, 수입은 2.1%로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

이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1%, 교역 신장률이 4.1%로 석 달 전(3.4%, 4.6%)보다 0.3%포인트, 0.5%포인트 쪼그라든다는 전제 하에서 나온 전망이다. 올해 미국, 중국 성장률은 모두 1.7%로 위축되고 유로 지역은 2.8% 성장세가 예상된다. 내년엔 성장률과 교역 신장률이 각각 2.9%, 3.5%로 더 위축된다.

이에 따라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급락하고 내수에 의존한 성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내수 기여도는 1.8%포인트, 수출은 0.8%포인트가 예상되고 내년엔 각각 1.5%포인트, 0.6%포인트가 전망된다.

성장률 하향 조정에도 고용은 호조세를 보일 전망이다. 올해 취업자 수는 74만명, 내년 14만명이 예상된다. 이는 종전(58만명, 12만명)보다 16만명, 2만명 증가한 것이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폭은 올해 500억달러에서 370억달러로 축소된다. 내년엔 540억달러에서 340억달러로 위축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작년 4.9%에서 올해 2% 초반, 내년 2%내외로 하락할 전망이다. 무역수지 적자 흐름으로 상품수지 흑자폭이 감소하고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 서비스 수지 또한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에 따른 배당소득도 경기둔화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