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차별 진정사건 2600건…한국서 ‘장애·성별’ 차별 가장 심해
by정두리 기자
2022.02.04 15:00:23
지난해 진정사건, 전년 대비 20% 증가
장애·성별·성희롱 순으로 가장 높아
성별 관련 진정사건은 360% ‘급증’
여권 신장·남성 역차별 등 주요 과제로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된 차별 진정사건이 26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장애 차별에 따른 진정사건이 26% 가량을 차지했다. 10명 중 3명 가까이 장애 차별로 문제를 겪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성별 관련 진정사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 성차별 갈등이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4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사건 가운데 차별 진정사건은 2595건(잠정)이다. 이는 전년 2162건 대비 20% 증가한 수준이다.
유형별(기타 제외)로 살펴보면 장애가 684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년(607건) 대비 12.7% 늘었다. 장애 차별 진정사건은 매년 인권위 통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제기된 주요 장애인 차별 진정사건을 살펴보면 참여연대와 9개 장애인단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로 이용 빈도가 늘어난 무인발권기(키오스크)가 장애인들에겐 차별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비대면 업무가 가능한 키오스크가 사회 전반에 확대되고 있으나 음성지원 기능을 넣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시각장애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해당 진정을 접수,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도 17개 군의 읍·면·동사무소의 장애인화장실이 남·여 공용으로 설치돼 있다면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비장애인용 화장실은 남자용과 여자용으로 구분돼 설치하고 있는 점 △남·여는 공용으로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회통념인 점 등을 고려해 읍·면·동사무소에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확보 및 계획 수립을 권고했다.
지난해 차별 진정사건 가운데 성별은 423건으로 2위를 차지했고, 성희롱(200건)도 높은 비중을 보이는 등 여권과 신장과 남성 역차별 문제와 같은 젠더 갈등이 여전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이슈로 제기됐다. 특히 작년에는 성별 관련 진정사건이 전년(92건) 대비 무려 360% 가량 급증해 눈길을 끈다. 이어 사회적신분(140건), 나이(89건), 병력(32건) 순으로 나타났다.
성차별 관련 주요 사례를 보면 한 진정인은 1995년 A중학교에 부임한 이래 남성 교사에게만 부장 보직이 부여됐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은 “30년이 넘는 교사 경력에도 불구하고 학교 운영의 집행부인 소위 ‘부장’이라는 보직을 받은 적 없으며 본인뿐 아니라 여성 교사는 부장이 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는 A중학교 교장에게 여교사와 남교사 간 성비를 고려하는 등 남성 중심적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최근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임대아파트 ‘다솜마을’에 대한 진정을 받아 조사 중이다. 2005년 설립된 다솜마을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위탁운영하고 있으며, 지하 2층∼지상 15층의 3개동으로 구성된 아파트다. 총 200가구에 입주 대상은 성남시 관내 업체들에서 근무하는 미혼여성 근로자다. 문제는 입주 대상이 ‘미혼 여성’으로 제한된 사실이 알려진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솜마을 때문에 남성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인권위는 여성 전용 시설이 남성을 배제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여성만 이용 가능했던 충북 제천 여성도서관, 청년 입주자 지원자격을 여성으로 한정한 경기 안산 선부동 행복주택 등이 인권위 권고를 받아 ‘남성에 대한 차별 요소를 없애겠다’는 답변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올해 성차별과 관련해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 건수는 남성의 성차별 진정 건수가 여성 비중보다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인권위 측은 “올해 들어 파악된 성차별 진정의 60% 가량이 남성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