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최악 고용한파…'좋은일자리' 상용직마저 위태(종합)

by한광범 기자
2020.11.11 11:21:10

실업자, 두달 연속 100만명…1999년 이후 최대
상용근로자 증가폭 대폭 축소…내달 줄어들듯
"노인일자리만 늘어…일자리대책 시늉만 한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원서를 등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이명철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고용한파가 10월에도 이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도 불구하고 대면 서비스업의 위축이 이어지고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룬 것이 결정적이었다. 실업자수는 10월 기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고용안정성과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좋은 일자리’인 상용근로자마저 위태로운 모양새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2만1000명 감소한 2708만8000명을 기록했다. 취업자수 감소폭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 4월(47만6000명) 이후 최대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1.3%포인트 내린 60.4%로 10월 기준 2012년 이후 가장 낮았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1.3%포인트 내린 60.4%로 10월 기준 2012년(60.3%)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5.9%로 1.4%포인트 하락했다. 실업률은 3.7%를 기록해 1999년 10월(5.0%)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사이 0.7%포인트가 올라 증가폭은 지난해 1월(0.8%포인트) 이후 최대였다.

실업자는 두 달 연속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실업자는 102만8000명으로 지난해 10월 대비 16만4000명 증가했다. 10월 기준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은 것은 1999년 10월(110만8000명) 이후 21년 만이다. 증가폭은 지난해 1월(20만4000명) 이후 최대였다.

고용 3대 지표인 취업자수·고용률·실업률이 6개월 연속 부진한 것은 2009년 1~8월(8개월 연속) 이후 약 11년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 환경이 위축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기업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신규채용을 미룬 것도 영향을 끼쳤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취업자 감소가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노인일자리 사업 대상은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고용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형태별로 보면 정부가 ‘좋은 일자리’로 내세웠던 상용근로자 증가폭이 급격히 축소하는 모습이다.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지난달 1만4000명 증가에 그쳤다. 8월까지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씩 증가하던 상용근로자가 9월 증가폭이 9만6000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엔 1만명을 겨우 넘은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이대로면 다음달 상용근로자 감소는 확실해 보인다”며 “문재인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던 상용근로자 고용마저 붕괴되는 모습이다. 임시직은 물론 좋은 일자리마저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종별로 보면 지난달 중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도 불구하고 대면 서비스업의 고용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숙박·음식점업에서 1년 전과 비교해 취업자수가 22만7000명이 줄어든 것을 비롯해 도·소매업(18만8000명), 교육서비스업(10만3000명)도 감소폭이 컸다.

또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에서도 취업자가 올해 가장 크게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433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만8000명이 줄었다. 정동명 국장은 “자동차·트레일러, 금속가공업 쪽에서 취업자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용 어려움 속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도 크게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기 50만8000명 증가한 1673만6000명이었다.

그냥 쉰다는 인구는 235만9000명으로 1년 사이 24만7000명이 증가했다. 10월 기준으로는 통계 기준을 변경한 2003년 이후 최대치다. 구진단념자도 11만2000명 증가한 61만7000명으로 2014년 통계기준 변경 이후 가장 많았다.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하는 일시휴직자는 49만7000명으로 1년 사이 19만명이 증가했다. 전달(78만9000명) 대비로는 감소했지만 10월 기준으로는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다.

신세돈 교수는 “3월부터 20대부터 50대까지의 일자리가 주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동안 일자리 예산에 막대한 재정을 돈을 쏟아부었지만 전혀 먹히지 않은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노인일자리만 늘리며 일자리를 만드는 시늉을 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이 더디게 회복하고 있어 고용 여건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용 상황의 어려움이 8개월여 지속된다는 사실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최근 경기개선 흐름이 신속한 고용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내수·수출 활력 제고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2020년 10월 연령계층별 고용률 현황. 통계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