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길 떠난 키프로스가 맞닥뜨린 4가지 갈림길은

by성문재 기자
2013.03.21 16:52:27

러시아는 차관 거부..의회는 과세안 반대
키프로스 유로존 퇴출시 EU 생존 위협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키프로스 구제금융 지원 비준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키프로스발(發) 채무 위기는 새롭고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키프로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부담금을 마련할 대안을 찾지 못한다면 키프로스의 금융시스템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키프로스가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 4가지를 제시했지만 하나같이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러시아로부터 차관을 받는 것이다. 러시아는 키프로스의 은행 파산으로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 키프로스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키프로스에 대한 러시아의 신뢰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 상태여서 가능성이 크지는 않아 보인다. 실제로 미칼리스 사리스 키프로스 재무장관이 이날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나 차관 지원 등에 대한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두번째는 키프로스 정부가 추진 중인 10만 유로(약 1억4400만원) 이상 예금에 대한 과세안을 승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금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의회는 19일 임시회의에서 과세안을 반대 36표, 기권 19표로 부결시킨 바 있다. 예금 규모가 200억유로(약 28조7800억원)에 달하는 러시아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다음으로 유럽연합(EU)이 한 발 양보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해 5000억유로(약 721조원) 규모의 유로안정화기금(ESM)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독일이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마지막은 말그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키프로스의 유로존 퇴출이다. 이 경우 유로화와 EU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