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K나이…‘만 나이 통일’ 무엇이 달라지나요[궁즉답]
by김윤정 기자
2023.06.19 15:22:11
오는 6월28일부터 전 국민 '만 나이' 통일
증명서 취학연령·입대·술담배구입 '연 나이' 유지
"각종 제도, 만 나이 통일이 능사는 아냐" 주장도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오는 28일부터 모든 국민이 매년 1월 1일 모두 함께 한 살을 더 먹는 ‘세는 나이’ 문화가 달라집니다. 태어난 날을 지나야만 한 살 더 먹는 ‘만 나이’ 계산법으로 통일되는 건데요. 법무부와 법제처는 ‘만 나이’, ‘연 나이’, ‘세는 나이’ 등 각기 다른 나이 계산법으로 빚어진 곤란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6월 28일부터는 전 국민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됩니다. 작년 12월 8일 만 나이 통일을 위한 민법·행정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매년 출생일을 지날 때마다 한 살씩 늘게 되는 겁니다.
그간 한국에서는 세 가지 나이 계산법을 혼용해 왔습니다. ‘세는 나이’, ‘연 나이’, ‘만 나이’ 세 가지입니다. 세는 나이 기준으로는 출생일부터 한 살로 계산해 다음 해 1월1일부터 한 살씩 증가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나이 계산법이라 ‘한국식 나이’로도 불립니다. 연 나이는 다음 해 1월1일부터 한 살씩 계산하는 방식으로, 당해연도에서 출생한 연도를 빼 계산합니다. 만 나이는 0살로 시작해 매년 출생일을 지날 때마다 한 살씩 늘어나는 계산법입니다.
가령 2022년 12월31일에 태어난 아이가 있다고 가정하면 2023년 1월1일을 기준 세는 나이로 ‘2세’, 연 나이로는 ‘1세’, 만 나이로는 ‘0세’ 총 3가지 나이를 갖게 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방식이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일각에서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각종 행정 증명서를 비롯해 소년법, 음주·흡연 연령 등 여러 제도는 이미 만 나이를 적용해 왔기 때문에 만 나이 도입으로 인한 큰 변화는 없을 거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우선 초등학교 입학은 만 나이가 통일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이미 만 나이를 기준으로 입학 시기를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중등교육법은 ‘만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의 3월 1일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입대 연령에도 변화는 없습니다. 병역법은 만 나이가 아닌 ‘연 나이’ 기준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병역법은 병역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연 나이 대한민국 남성을 만 18세부터 병역준비역에 편입하고 있습니다.
술·담배 구입도 마찬가지로 변화가 없을 전망입니다. 법제처는 만 나이 통일 후에도 술·담배 판매는 기존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연 나이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은 만 19세 미만이 맞지만, 만 19세가 되는 해가 되는 사람을 제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 19세가 되는 해 1월1일이 됐다면 생일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술·담배를 살 수 있는 겁니다.
국민들도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법제처가 작년 9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총 6394명 참여)에 따르면, 응답자 81.6%(5216명)가 ‘만 나이 통일’을 위한 민법 및 행정기본법 개정안 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응답자 86.2%(5511명)은 일상에서도 만 나이를 사용하겠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제도의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김재규 국가행정법제위원회 위원은 관련 토론회에서 “병역 관련 법령, 시험응시·교육 관련 법령상 연 나이 규정은 그래야 할 이유가 있어 채택된 것이므로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제처는 앞으로 연 나이를 규정하는 개별 법령을 만 나이로 개정하는 방안을 위한 연구용역,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개별 법령을 정비한다는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