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째 ‘경제회복세’ 빠진 정부 경기판단…“투자·고용 부진”

by김형욱 기자
2018.11.09 10:00:00

기재부 11월 그린북…‘수출·소비 견조’는 유지
전날 ‘침체’ 처음 언급한 KDI 판단보단 낙관
현 추세 이어진다면 침체 국면 진입 가능성도

기획재정부는 9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의 현 경기상황 종합 평가. 기재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내외 연구기관이 우리나라 경기 침체 가능성을 예고하는 가운데 정부 전망에서도 낙관론이 사라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9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를 발표하고 현 경기상황을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심화,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핵심은 ‘경기회복세’ 판단이 2개월째 빠졌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9월까지 10개월 연속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봤으나 지난달(10월)부터 이 문구가 빠졌고 이달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달 그린북의 전반적인 내용은 수치와 일부 각론을 빼고는 지난달과 거의 똑같았다. 그린북 7월호에 등장한 불확실성 확대 표현을 유지했고 고용이 부진 하다는 내용도 2개월째 유지됐다.

그린북 11월호를 보면 9월 취업자는 4만5000명 증가하며 8개월째 10만명을 밑도는 부진이 이어졌다. 실업자도 1년 전보다 9만2000명 늘어난 102만4000명, 실업률도 3.3%에서 3.6%로 늘었다. 3분기 설비투자는 전기보다 4.7% 감소했다. 9월엔 기계류 투자 증가로 2.9% 증가했으나 전년과 비교해선 여전히 큰 폭 낮은 수준이었다. 3분기 건설투자 역시 전기보다 6.4% 감소하며 부진했다.

10월 수출은 전년보다 22.7% 늘어난 549억7000만달러, 수입은 27.9% 늘어난 484억2000만달러로 81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소비는 3분기에 전기보다 0.6% 증가했으나 9월 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 부진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2.2% 감소했다.



9월 광공업 생산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전년보다 2.5% 감소했고 평균가동률도 73.9%로 전월보다 1.8%p 내렸다.정부는 세계경제 성장 지속과 수출 호조는 긍정 요인이나 고용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지속과 미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국제유가 상승 등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 추세라면 정부 공식 경기판단인 그린북에서도 ‘침체’를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사이클이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늘어날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하루 전(8일) 발간한 11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둔화’란 표현을 썼다. 지난 8월까지 이어 오던 ‘완만한 개선세’ 전망이 9~10월 연속 사라지더니 둔화란 표현이 나온 것이다. KDI는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수출 역시 상승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봤다.

KDI는 이달 6일 ‘2018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9%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내년 역시 2.7%에서 2.6%로 수정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당시 “9월부터 경기가 정점을 지나 둔화가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있다”며 “11월 경제동향에서 좀 더 정확한 표현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재정보강 등 경제활력 제고와 저소득층·자영업자 지원 대책, 혁신성장·일자리 창출 지원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 중 취업자수와 취업자증감 추이 표. 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