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대사면]멈췄던 CJ 성장 시계, 다시 움직인다

by김태현 기자
2016.08.12 11:20:25

CJ, 숨죽였던 기업사냥꾼 본능 되살아난다
1조가 넘었던 M&A 투자…10억원으로 뚝
각 계열사, 이 회장 복귀 투자 숨통 트인다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이재현 CJ(001040)그룹 회장이 3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할 길이 열렸다. 그동안 오너 부재로 멈춰 있던 CJ그룹의 성장 시계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전망이다.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결과 이재현 회장은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됐다. 이 회장은 이르면 오늘(13일) 늦어도 14일에는 최종 석방될 예정이다.

최종 석방된 이후에도 유전병으로 건강이 악화된 이 회장의 본격적인 경영 복귀는 당장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오너의 최종 결정이 중요한 대규모 투자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사면으로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마의 매출 30조원’ 돌파를 위해 외형 불리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리스크가 큰 만큼 전문경영인의 판단만으로 결정이 어려웠던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오너인 이 회장의 복귀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CJ그룹은 2013년 매출 33조원을 목표로 잡았지만, 이 회장의 공백에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2013년과 2014년, 2015년 연속 매출 30조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3년에는 매출 25조6000억원, 2014년에는 26조8000억원으로 성장률이 4%에 머물렀으며 2015년에도 매출 29조1000억원로 30조원 문 앞에서 좌절을 맛봐야 했다.

그동안 M&A로 성장해왔던 CJ그룹이 이 회장 구속 이후 M&A 투자가 급감하면서 매출 성장세도 더뎌졌기 때문이다. 2012년 이 회장 구속 직전 1조8323억원이었던 M&A 투자 규모는 2013년 2512억원으로 급감하더니 지난해에는 1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CJ그룹은 오너인 이 회장의 복귀를 계기로 적극적인 M&A를 통해 성장세를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이미 생활가전 제조·렌탈업체 동양매직과 한국맥도날드 등 굵직한 인수전에 참여 의사를 밝히며 M&A의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동양매직 인수는 CJ그룹이 현재 식품, 문화 사업을 가전, 렌탈 등으로까지 화장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지난해 말 CJ그룹이 막판까지 홀로 원매자로 남아 생활가전 제조·렌탈업체 코웨이 인수에 열을 올린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동양매직 주요 사업인 정수기 렌탈사업은 장치 사업이기 때문에 식품, 문화사업보다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할 수 있어 CJ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다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한국맥도날드 인수는 CJ의 외식사업 글로벌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 CJ그룹의 외식사업 계열사 CJ푸드빌은 2020년까지 글로벌 외식 브랜드 톱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인 외식업체 맥도날드 인수는 외형 성장은 물론,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맥도날드가 한국맥도날드 매각금액으로 거액인 5000억원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사면으로 운신의 폭이 커진 만큼 M&A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해외 비중 70% 달성을 골자로 하는 ‘그레이트 CJ 2020비전’를 추진하고 있다. 각 계열사도 이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CJ그룹 각 계열사들은 이 회장이 구속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살림을 꾸려왔지만 오너의 부재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웠다. 성장이 멈췄던 계열사들이 이 회장의 복귀로 보다 과감한 행보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CJ그룹 주요 계열사인 CJ제일제당(097950)은 2020년까지 ‘비비고’·‘프레시아’·‘햇반’ 등 주요 브랜드를 연매출 1000억원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사료용 아미노산 글로벌 점유율 확대, 산업용 바이오 소재 개발 등 바이오 사업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식품사업은 가정간편식(HMR)과 해외 판매 비중 확대로 실적을 내고 있지만, 바이오 사업은 실적 부진을 이어오고 있다. 바이오 사업은 기술 개발과 외연 확대 등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데 오너의 부재로 대규모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3년 동안 중국의 대형 바이오기업 메이화성우(梅花生物) 인수를 추진했지만 금액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인 이 회장의 복귀는 투자에 목마른 바이오 사업에 단비다.

CJ대한통운(000120)은 글로벌 물류업체 M&A와 첨단 물류기술 개발 및 상용화을 골자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쿠팡 등 소셜커머스까지 당일배송을 앞세워 물류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포화 상태에 빠진 만큼 해외에서 성장 원동력을 찾고 있다. 적자를 내더라도 관련 M&A가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CJ그룹의 문화사업을 이끌고 있는 CJ E&M(130960)과 CJ CGV(079160)의 글로벌 사업 전략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문화사업 부문인 두 계열사는 2020년까지 글로벌 매출 비중을 지난해 16%에서 54%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 대비 수익이 좋지 않은 문화사업에서 오너 결단 없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긴 쉽지 않다. 최근 인터넷 방송 콘텐츠에 특화된 다이아 TV(DIA TV)를 개설하는 등 투자는 하고 있지만 좀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