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1년, 선거는 이겼지만 청와대엔 휘둘렸다

by김정남 기자
2015.07.13 14:01:53

김무성호 1년, 재보선서 정치력 발휘…"선거의 남왕"
朴대통령과 관계는 '오락가락'…홀로서기 실패 지적
또다른 1년 총선 가장 중요…"총선이 대권가도 좌우"
"오픈프라이머리 동시실시" 제안에도 현실화 미지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여의도 정가에서 ‘무대’로 불린다. ‘무성대장’의 준말인데, 보스 기질이 강한 ‘부산 싸나이’라는 의미가 함축된 별칭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30년 정치경력도 그 바탕에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우람한 덩치와는 달리 심성은 의외로 섬세하다고 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와 여러차례 함께 자리했던 한 초선 의원은 “김 대표는 항상 다툼보다는 화합을 얘기하더라”라면서 “비박계(비박근혜)를 대표하는 것처럼 돼있지만 결국 친박계 얘기를 다 수용하지 않았느냐. 오히려 친박계 쪽으로 기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김 대표의 취임 1년도 이런 그의 ‘숨은 캐릭터’와 맞닿아있다. ‘김무성 체제’ 1년의 공(功)과 과(過)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김 대표의 정치력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은 역시 선거 때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치러졌던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와 올해 4·29 재보궐선거에서 모두 압승했다. 그는 ‘무대’답게 현장 곳곳을 누벼 ‘선거의 남왕(男王)’이라는 호평까지 들었다. 특히 두 선거 모두 열세인 상황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그의 내공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7·30 재보선 때는 세월호 사건이, 4·29 재보선 때는 성완종 사건이 각각 터져 여권에 악재로 작용했다.

김 대표의 30년 정치경력은 여권 내에서도 손에 꼽힌다. 오히려 그의 당 대표 취임은 늦은 감이 있다. 정치인재의 산실인 15대국회 당시 동기들 중 황우여 부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안상수 창원시장은 이미 당 대표를 지냈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입법부 수장이 됐다.

한 재선 의원은 “김 대표가 사안마다 ‘디테일’은 모를 수 있지만 설명을 충분히 들은 후 마지막 판단은 꼭 스스로 한다”면서 “그런데 그 정치적 판단이 대부분 맞더라”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김 대표도 풀지 못하는 ‘벽’이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 역시 15대국회 동기다. 김 대표는 재보선 압승에도 지난 1년 ‘오락가락’ ‘갈팡질팡’ 행보를 보였다고 비판 받고 있는데, 이는 모두 박 대통령과 관계에서 나온 문제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14일 당 대표에 취임하면서 ‘수평적 당·청관계’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 약속이 지켜졌다고 보는 정치권 인사는 거의 없다. 김 대표 역시 철저히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에 끌려다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13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점수로 따지면 스스로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력은 열심히 했다. 언론에서 평가하는 것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수직적 당청관계는 엄연한 현실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번 ‘유승민 정국’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박근혜냐 유승민이냐’라는 질문지를 강요 받았고, 결국 박 대통령을 택했다. 이는 당 대표로서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내후년 대선까지 내다보려면 여권의 ‘정신적 지주’인 박 대통령과 등을 돌려선 안된다는 판단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정치 현실을 보는 수에는 누구보다 밝지만 대권주자로서 홀로서기 역량은 보이진 못했다는 냉정한 지적도 있다. 다른 잠룡들과의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1년 앞에 선 김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내년 총선이다. 그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던진 가장 중요한 메시지도 총선과 관련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였다. 그는 “여야가 같은날 동시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할 것을 야당에 제안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에서 만악의 근원인 공천 문제가 해결되면 부조리와 부정부패의 90%는 없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총선 등 정당의 후보를 뽑는 선출권을 당원에만 국한하지 않고 일반 국민까지 확대하는 제도다. 김 대표가 취임 때부터 얘기한 ‘공천권 내려놓기’의 일환이다.

오픈프라이머리의 미래 역시 지난 1년 그의 공과를 통해 볼 수 있다. 공천 잡음을 줄이는 개혁은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주장은 제안만으로도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정당정치가 약해지는 단점보다 국민의 공천 영향력을 키우는 장점이 더 와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그 실현 가능성이다. 이번 유승민 정국도 결국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간 ‘혈투’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세력은 많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이런 현실까지 담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다른 정가 관계자는 “김 대표가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대선가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가 1주년 일성으로 언급한 국회선진화법 개정도 상황은 비슷하다. 야당의 반대가 뻔한 상황에서 그 현실성은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는다.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려면 역시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