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고, 속터지고, 무시당하고..씁쓸한 애널리스트들

by김세형 기자
2010.05.12 15:31:16

증자설 돌던 한진해운, 전격 증자 결정 `당황`
두산그룹, 잇단 루머에 급락..`어쩌다 이런 일이`
부정적 보고서에는 `그런 식으로 할거야?`는 반응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발에 채이는 게 경영대학원(MBA) 출신이고 상당수가 억대 연봉자로 부러움을 사는 애널리스트들. 그러나 그들도 분석 대상 기업앞에만 서면 작아질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기업이 입맛에 맞지 않는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정보 제공을 하지 않는가 하면 아예 `출입금지`(?) 제재 명령을 내릴 정도로 강력한 `갑(甲)`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들 역시 알게 모르게 속을 끓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에 증시가 출렁이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이같은 애환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몇몇 사례가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10일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한진해운은 이에 앞선 지난 7일 유상증자설이 시장에 돌았는 데 이것이 현실화된 것.

그런데 증자설이 돌던 날 일부 애널리스트는 자신있게 유상증자 가능성이 낮다고 단언했다.

대신증권은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거론하면서 유상증자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또한 "유상증자 검토설은 지난주 회사가 회사채 3500억을 발행하면서 나온 루머로 판단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주말을 빼면 하룻만에 유상증자가 눈앞에 나타났고, 결국 뒷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유상증자 결의뒤 "유상증자의 배경에는 의문이 산재한다"며 "실시이유, 시점, 목적 등이 분명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근 증시 급변동과 함께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곳중 하나가 두산그룹이다. 두산그룹주들은 지난달 29일 이후 벌써 세번째나 동반 급락하면서 투자자나 회사, 그리고 애널리스트들에게까지 힘든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전일 또 급락이 발생하자 애널리스트들도 속터지는 심경을 직설화법으로 표현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왜 새삼스레 밥캣 증자설이 이 타이밍에 다시금 회자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올해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설사 밥캣의 올해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전 순이익)가 흑자전환을 못한다고 하더라도 내년 5월 이전에 타의에 의해 증자를 하는 상황은 절대로 발생할 수 없다"고 재차 절대 부정했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오히려 시장에서 뉴스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두산그룹주 시가총액은 지난달 26일 증시가 고점을 찍은 뒤 전일까지 16%나 증발했다. 상위그룹사중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급락시마다 각종 루머가 급락을 불러 왔으니 더욱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12일에는 포스코 이야기가 증시에 회자됐다. 포스코 역시 최근 기간 동안 그룹 시가총액이 12% 가량 사라질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 부정적 전망에 회사측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터.

하지만 회사측의 애널리스트를 대하는 태도는 고압적 이상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물론 상대편 애널리스트는 약자임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부정적인 분석 보고서가 나가자 회사측에서 전화를 걸어와 `똑바로 할 것`을 요구했다는 게 골자다. 다른 애널리스트 반응까지 겹쳐졌는데 대체로 그쪽이 그렇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포스코(005490)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애널리스트들 이야기다. 한 시장 관계자는 "중립 의견만 써도 연락해서 불만을 쏟아 놓는 다"면서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