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한국판 `샤일록` 막으려면

by백종훈 기자
2007.11.01 19:00:00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고리대금업자 하면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연상됩니다. 우리 문학작품중 염상섭의 `두 파산`에서도 옥임은 가까운 동창생인 정례 모친으로부터 모질게 고리(高利)의 이자를 뜯죠.

이처럼 대부업은 인류 역사상 그 뿌리가 깊어 말처럼 쉽게 근절되지 않습니다.

옛부터 자주 실패했던 방법은 이자상한을 연 수십퍼센트로 갑자기 강제 인하하는 겁니다.

소액 신용대출의 수요가 크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금리를 강제로 내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오히려 수요자들은 더 고리를 뜯는 불법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게 마련입니다.

경제학원론에 암시장의 형성·운영원리가 기술돼 있는 것도, 우리가 이 같은 실패를 경험적으로 또 논리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대부업법상 이자상한선이 10월초 연 66%에서 연 49%로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중대형 대부업체만이 준수할 뿐, 상당수의 업체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적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정부의 단속의지도 약해 보입니다.



이러한 때 국민은행의 강정원 행장이 소액 신용대출 시장 진출을 검토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금융감독당국도 이런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수차례 `시그널`을 보내왔죠.

이를 두고 일반인 뿐만 아니라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은행이 자금력을 동원해 사실상의 고리대금업을 하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합니다.

은행이 예금 등으로 국민의 돈을 쉽게 모아 고리의 이자를 받고 대출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또 은행업 라이선스를 취득해 독과점과 유사한 혜택을 누리는 은행이 중소 금융회사의 영역마저 침범한다는 불평도 들립니다.

찬성측은 불법 고리대금업자를 오히려 퇴출시키고 소비자 효용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반박합니다.

어차피 정부의 단속 인력이나 의지에 한계가 있는 이상, 은행이 나서면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금리가 상당폭 낮아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전 조심스럽지만 은행이 소액 신용대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봅니다. 금융산업적인 측면 보다 금융 소비자를 위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에서 그렇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경제인구 총 3500만명 중 20%인 720만명이 타 금융회사 대출을 받지 못해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분류되는 신용등급중 7등급 이하에 해당되는 저신용자들입니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이들 대부업 이용자가 물고 있는 평균 금리는 연 200%에 달합니다. 1인당 이용금액도 평균 960만원으로 큰 액수입니다.
 
법만 연 49%로 규제한다고 해서 이들이 구제받긴 어렵습니다. 엄격한 단속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경찰이 불법 고리대금업자 단속에만 투입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7등급이하 금융 소비자 중에서 다만 수 만명, 수십 만명이라도 은행의 소액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면, 나름의 효과는 거둘 수 있지 않을까요. 중소 금융회사들도 경쟁이 활성화되면 금리를 낮추고 서비스를 개선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쏠림현상이나 시장독점 등의 부작용을 금융감독당국이 잘 막아주는 것을 전제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