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올빼미족은 눈에 불을 켠다

by한국일보 기자
2007.07.26 16:00:00

한여름 야간 개장 공연·전시

▲ 빛의 화가와의 여름밤 데이트 ‘모네전’
[한국일보 제공] 여름은 밤이 길다. 긴 밤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공연과 전시들이 등장해 올빼미족을 즐겁게 하고 있다.

성남아트센터의 ‘수아레 콘서트’는 ‘야간 흥행’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이름을 따왔다. 가수 김현철이 진행하고 클래식과 재즈,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들이 출연하는 이 공연의 시작 시간은 밤 9시다.

24일 오후 8시30분 이 공연장을 찾았을 때 일찍 도착한 관객들은 공연장 로비에서 현악4중주 연주를 들으며 여유롭게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공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 등에서 식은땀… 공포연극 ‘죽이는 이야기’
퇴근 후 교통 체증을 뚫고 허겁지겁 뛰어들어오거나 이미 닫힌 문 밖에서 발을 구르는 흔한 풍경은 볼 수 없었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현악4중주단 콰르텟엑스는 멘델스존 현악4중주 2번을 연주한 뒤 “마치 심야 라디오의 영화음악실 같은 분위기”라며 영화 <냉정와 열정 사이>의 음악을 선사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공연은 밤 11시가 돼서야 끝났다. 관객 김은희(37)씨는 “요즘은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변해 밤이라는 시간대에 익숙해진 데다 여름이라 더욱 부담이 없다”면서 “시원한 공연장 안에 있으니 시간이 늦은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 한여름밤을 가르는 선율 ‘수아레 콘서트’
안지영(26)씨는 “헐레벌떡 와서 겨우 공연만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친구와 대화도 나누고 와인도 마실 수 있어 좋다.

늦은 밤이라 더 정취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수도권 공연장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아레 콘서트를 기획한 성남아트센터 측은 기대를 웃도는 반응에 당초 8월까지 하려던 공연을 10월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대학로 창조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죽이는 이야기>와 아트홀 스타시티에서 공연 중인 <오래된 아이>는 다른 공연이 막을 내리는 밤 10시30분에 막을 올린다.

<죽이는 이야기>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엽기적인 범죄를 다뤘고, <오래된 아이> 역시 살인극을 소재로 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 누가 연극을 보러 올까 싶지만 공포라는 소재적 특성과 맞물려 오히려 반응이 더 좋다.

<죽이는 이야기>를 기획한 축제를만드는사람들의 하정아씨는 “주말 공연은 늘 매진이고, 특히 커플 관객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죽이는 이야기>의 경우 대중 교통이 일찍 끊기는 토요일에는 교통비 지원 명목으로 40%를 할인해준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빛의 화가 모네전>은 대형 미술 전시로는 유일하게 밤 10시까지 ‘야간 개장’을 하고 있다. 차분하게 작품을 감상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