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19.05.13 10:28:55
美와 마찰 줄여야 中 성장에 도움된다고 목소리 내
"중국, 미국과의 격차 인식 못한채 영향력만 추구"
공산당 1세대 후야오방 아들 후더핑 등 가세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9~10일 양일간 협상을 열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산당 내 ‘비둘기파’들은 미국에 강경하게 맞서기보다는 양보하는 태도가 중국의 미래에 더욱 이로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공산당 내 온건파들이 미국과의 무역마찰을 줄이는 게 중국의 경제성장에 더욱 도움이 된다며 외교전략의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이미 정계를 은퇴한 공산당 관료 장무성은 “여전히 중국은 많은 측면에서 미국과 엄청난 격차가 있는데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영향력을 강화하려고만 했다”고 지적했다.
리뤄구 전 중국 수출입은행장도 “미국과의 관계는 다른 서방국가들의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며 “미국과 관계가 좋지 못하면 다른 서방 선진국들과의 관계도 좋아질 수 없다”고 우려했다. 자칫 미국과 갈등을 빚으면 서유럽이나 일본 등과의 갈등도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리 전 은행장은 “소련 붕괴 이후 미국과 중국은 협력을 해 왔다”면서 “미국과 무역협상이 합의에 도달하든 못하든 미국과 전면적인 대립관계는 중국 미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견해는 공산당 1세대 개혁파 지도자 후야오방 전 공산당 총서기의 아들 후더핑의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비교적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후더핑은 올해 초 한 세미나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피하는 것이 좋다. 무역전쟁은 양국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은 개혁개방 초심으로 돌아가 이에 매진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들 온건파들은 미국의 요구를 일단 받아들이고 중국이 국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다리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중국이 아직 미국 권력에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며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개혁도 일부 조정은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윤 선 동아시아·중국 프로그램 국장 역시 “중국은 아직 미국의 라이벌이 되기엔 역부족”이라며 “중국이 미국의 압력으로 개혁을 하더라도 이는 장기적인 호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지난 9~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협상을 열었지만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미국 재무부는 10일 0시 1분을 기점으로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 어치에 부과되는 관세를 10%에서 25%로 끌어올렸다. 중국 역시 아직 별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지만 보복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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