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잊은 '아기 목소리', 애교 아닌 병"
by이순용 기자
2013.08.28 16:04:19
아기 목소리 내는 성인, 사회생활에 큰 지장 겪고, 스트레스 지수 높아
사춘기에 형성된 잘못된 발성습관이 주원인, 남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목소리는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중의 80% 이상이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만 듣고도 신체적, 성격적 특징을 규정짓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목소리가 크고 우렁찬 사람은 적극적이고, 외향적 성격이라 판단하고, 아기처럼 가늘고 여리며, 떨리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 성인이 아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애교가 아닌 병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치료해야 극복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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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목소리는 그 사람의 성격, 성향 등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에 남들과는 다른, 이른바 비정상적인 목소리를 가진 사람에게 목소리는 곧 스트레스가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성인이 가늘고 여린, 고음의 아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도 크게 지장을 받을 만큼 목소리가 심각한 문제로 작용한다.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은 “성인이 되어서도 아기 목소리를 내는 이른바 소아편향발성(childish like speech)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엄청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남성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정도가 더욱 심한데, 소아편향발성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만큼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인이 아기 목소리를 내는 소아편향발성은 일종의 변성발성장애로 사춘기 이후에도 지속적인 고음을 내는 음성장애 질환이다. 소아 편향 발성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먼저, 사춘기 이후에 성대점막에 이상이 생겼거나, 후두의 발육부전이 원인일 수 있다. 또한 남성 환자들 중에는 여자 가족이 많은 환경에서 자라는 등 성장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2차 성징의 발현과 함께 성대 길이가 증가하면서 그에 따라 나타나는 음도의 저하에 잘못 적응해 사춘기 이전의 고음, 즉 아기 목소리를 유지하려고 하는 발성습관이다.
이러한 경우 대개 심리적인 문제를 수반하는데 아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해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점점 말을 안 하게 되면서 소아 편향 발성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소아편향발성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목소리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성인임에도 아기 목소리를 내다 보니, 업무 능력에 대한 신뢰감을 갖기 어렵고, 자칫 잘못하면 귀여운 척을 한다거나, 철 없어 보인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특히 남성의 경우라면 성 정체성까지 의심을 받는 등 여성에 비해 더욱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다면 소아편향발성을 가진 사람들은 평생을 아기 목소리로 살아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으로 생각하지만 목소리는 성대 근육을 움직이는 발성습관이 오랫동안 축적되고 굳어져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소아 편향 발성 역시, 사춘기 전후로 굳어진 잘못된 발성습관이 원인인 만큼 충분히 개선 할 수 있다.
만약 성대구증, 유착성 성대와 같이 성대의 구조적인 이상이 원인이라면 수술 등의 치료를 통해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높은 음을 내는 성대 근육에 선택적으로 보톡스를 주입해 음을 낮춰주는 보톡스 시술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안 원장은 “음성치료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언어치료사의 협진을 통한 치료를 받아야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치료가 가능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