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기업, 주상복합 암초에 걸려 `침몰`

by이태호 기자
2011.02.11 14:21:39

부산·울산 주상복합 미분양으로 공사미수금 누적
광주·진주 아파트 준공후 미분양 적체

[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시공능력 43위 중견건설사 진흥기업(002780)이 수차례 걸친 `자금 수혈`에도 불구하고 분양시장 침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부산과 울산, 남양주 등 지난해 진행사업장에서 미분양·미입주가 대거 발생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현금 유동성이 꼬여버렸다. 특히 부산과 울산의 주상복합사업 부진이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진흥기업은 전날 오후 늦게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이 진행될 경우 진흥기업은 1999년 독자경영 체제로 전환한 후 12년 만에 다시 은행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 부산시 동구 범일동 `마제스타워`
지난해 진흥기업은 분양시장 침체를 감안해 민간 도급공사 착공을 대부분 연기했다.
 
1~3분기 동안 인식한 민간공사 시공실적(매출액)은 1005억원으로, 관련 수주잔액 1조3620억원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진행 주택사업 중에는 부산 범일동 주상복합 `마제스타워 범일`(305가구)과 울산 우정동 마제스타워 2차(185가구) 규모가 가장 컸다. 도급금액은 각각 896억원과 462억원이다.



두 사업은 각각 2006년과 2007년에 착공해 지난해 3월과 11월에 입주를 진행했다.
 
하지만 분양대금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작년 3분기말 현재까지 청구한 총 공사비 1370억원 중 불과 320억원만 손에 들어온 것이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현재 각각 80가구(26%)와 31가구(13%)가 미분양 상태다.

결국 신규착공 연기와 기존 미수금 회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사미수금은 2009년말 4247억원에서 작년 3분기말 4426억원으로 더 악화됐다. 준공후 미분양 사업장인 광주 금호 2차 아파트(330가구)와 진주 금산 아파트(404가구)의 공사미수금(1084억원)도 전혀 줄어들지 않으면서 자금난을 심화시켰다.

이러한 상태에서 모기업인 효성(004800)은 지난 2008년 이후 세차례에 걸쳐 진흥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진흥기업은 2008년 1월 790억원, 2009년 4월 1410억원, 2010년 7월 16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효성은 이중 2185억원을 담당했으나 결국 워크아웃 신청을 막지는 못했다.

한편 진흥기업은 지난 1959년 설립됐으며 1980년대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거액의 손실로 인해 1987년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된 바 있다. 자구계획을 통하여 1999년 채권단 관리에서 탈피했으며 2008년 1월 효성에 인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