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금융상품, 고객자금 별도관리 한계…사후 보호제도 필요"
by이지은 기자
2024.09.25 12:00:00
KDI 포커스 ''신종 금융상품의 고객자금 보호방안''
4대 상품 작년 18조원 달해…고령화 등에 지속 증가
"업체 파산위기 시 자금유용 경향…위반 비중 46%"
"공적보호 확대는 국제 흐름…하이브리드형 도입해야"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간편결제 서비스, 가상자산 등 신종 금융상품 관련 업체 파산 시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시킬 사후 보호제도가 필요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고객자금을 별도관리하는 현행 규제는 사전 예방책에 그쳐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한계가 뚜렷하다는 이유에서다.
| 항의 고객 몰린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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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은 2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KDI 포커스 ‘신종 금융상품의 고객자금 보호방안’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신종 금융상품을 간편결제 서비스, 가상자산 등 금융혁신 과정에서 출시된 금융 상품과 함께 상조계약 등 유사 금융상품 중 최근 규모나 성장세가 확대돼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상품으로 정의했다. 이중 △선불충전금 △가상자산 예치금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대출 예치금 △상조계약 선수금 등 4대 신종 금융상품 관련 고객자금은 지난해 기준 18조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상태다. 향후에도 디지털 금융의 발전세와 인구 고령화의 속도를 고려하면 거래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선수금 방식의 신종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업체가 고객이 원할 때 자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잦다는 점이다.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가 대표적으로, 당시 선불충전금을 돌려주지 않아 총 751억원의 고객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운영하는 현행 별도관리 규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별도관리란 고객자금을 업체의 고유재산과 분리해 제3의 은행에 예치 또는 신탁하거나 보험사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조계약의 경우 별도관리 한도가 고객자금의 50%밖에 되지 않아 절반이 상실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특히 업체가 파산 위기에 놓이면 고객자금을 이용해 타개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게 가장 큰 한계로 꼽힌다. 실제로 선불식 상조계약이 법제화된 2010년부터 최근까지 등록된 250개 업체를 전수조사한 결과 등록이 취소된 업체 중 취소 직전 별도관리를 위반한 업체의 비중은 46%에 육박했다.
황순주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별도관리 규제는 중요하지만 사전예방책이고, 아무리 예방을 잘하려고 노력해도 사고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며 “보다 효과적인 고객 보호를 위해서는 업체 파산 후 고객자금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예금보험공사 등 공적기구가 보상하는 사후보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공적 보호의 대상을 기존의 예금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확대하는 게 국제적인 흐름이라고 봤다. 금융혁신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신뢰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데 선진국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은 선불충전금과 가상자산 예치금, 상조계약 선수금뿐 아니라 비트코인 ETF도 보호대상에 편입했으며 영국은 이런 상품들의 불완전 판매에 따른 피해까지 보상한다.
| KDI 포커스 ‘신종 금융상품의 고객자금 보호방안’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황순주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사진=KDI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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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궁극적으로 은행에 별도 예치된 고객자금은 간접보호하고 그 외 고객자금은 직접보호하는 ‘하이브리드형 보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컨대 전체 고객이 업체에 맡긴 100억원 중 70억원을 은행에 별도예치하면 이는 고객예금이 되는 만큼 예금보호공사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나머지 30억원에 대해서는 업체가 보험료를 내며 직접보호하는 만큼 고객자금 전액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위원은 “보상 과정에서 예보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으나, 손실 부담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고 그마저도 사후 특별보험료를 부과해 커버하면 되기 때문에 더 제한적”이라며 “초기에는 실행 가능성이 높은 간접보호제도를 시행하면서 미비점을 보완한 뒤 상품별로 선택적으로 하이브리드형 보호제도로 확대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