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대가로 4억 뇌물…코이카 전 상임이사, 혐의 부인

by권효중 기자
2023.03.30 12:20:34

동부지법, 30일 사기·뇌물 수수 혐의 첫 공판
재직 중 20여명으로부터 4억 수수 혐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뇌물 혐의 부인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인사 청탁을 대가로 임직원들로부터 4억원이 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전 상임이사 송모(60)씨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금전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인사권 행사는 금전과 관련 없이 정당하게 이뤄졌다는 취지다.

(사진=이데일리 DB)
30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재판장 박창희)은 이날 오전 뇌물 수수, 사기 혐의를 받는 송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구속 상태의 송씨는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고, 그에게 1억원 가량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는 코이카 자회사 코웍스의 전 대표이사 최모(62)씨는 불구속 상태로 함께 재판에 나왔다.

송씨는 2018년 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코이카 상임이사직을 맡고, 당시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했다. 그는 이사장을 대신해 코이카 내부의 인사와 계약 업무 등을 총괄했다. 이러한 지위를 이용해 송씨는 임직원과 지인 등에게 인사·계약 특혜 등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코이카 임직원 20명으로부터 4억12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송씨는 이 과정에서 변제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으며, 무이자와 무기한으로 금전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송씨가 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서 자녀 교육비와 병원비 등을 명목으로 인사 혜택 등을 기대하는 임직원들로부터 돈을 받아낸 만큼 뇌물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출석한 송씨는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인사권 행사는 돈과 관계없이 정당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뇌물의 성격이 아니라며 자신의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송씨 측 변호인은 “코이카의 내부인사 조침과 각 임직원의 근무평가 등에 따라 정당한 인사 직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뇌물 수수에는 고의가 없으며, 정당한 직무 수행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씨 측 역시 송씨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공여한 돈이 뇌물이 아니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6일 송씨를 뇌물 수수와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송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는 최씨도 재판에 불구속 상태로 함께 넘겨졌다. 최씨는 코웍스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의 편의 등을 기대하고 1억7000여만원을 무담보로 빌려줘 사실상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는 혐의를 받는다.

한편 송씨는 피해자들의 고소로 인해 울산지법에서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송씨 측은 해당 사건의 병합 역시 요청했다. 다음 공판은 증거 조사 등을 거쳐 오는 4월25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