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지위 고하 막론하고 수사"…이성용 전 총장도 조사받을 듯
by정다슬 기자
2021.06.07 13:22:15
부실수사·은폐 의혹 공군 검찰에 대해서도 "수사 범위"
공군 양성평등센터 등 감사도 착수
| 5월 25일 이성용(오른쪽) 공군참모총장이 도권 공군 방공유도탄부대를 방문해 방역관리 현황과 군사 대비태세를 점검한 후 부대 으뜸병사에게 장병들이 좋아하는 간식인 튀김 소보로빵을 전달하며 격려하고 있다. 이 총장은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며 사망한 부사관에 대한 책임을 지고 4일 사임했다. (사진=공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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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국방부 합동수사본부가 공군 여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전방위적인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 공군총장과 상부 지휘관들에 대해 유족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데, 관련해 참고인 조사 등이 예정되어 있느냐’라는 질문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한다는 원칙 하에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성용 전 공군총장 등 군 수뇌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있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부 대변인은 또 부실수사 의혹이 불거진 공군 검찰에 대해서도 “현재 수사 범위에 넣고 있고 수사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합수본은 지난 4일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 군사경찰단과 경기도 성남 15특수임무비행단 군사경찰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도 정작 공군 검찰을 대상에 빼놓았다.
군 당국에 따르면 공군 군사경찰은 이 모 중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 한 달여 뒤인 4월 7일에야 장 모 중사를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했다. 이 전 총장은 1주일이 지난 4월 14일에서야 ‘주간보고’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처음 보고받았으나 조사나 대책 마련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달여가 더 지난 5월 23일 이 중사는 숨진 채 발견됐고 이 전 총장은 이틀 뒤인 25일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로 관련 상황을 보고했다.
이 전 총장이 서 장관에게 보고한 것이 이 중사의 유족이 고인이 숨진 채 발견 당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폭로하는 글을 올린 것이 계기였다. 이틀 뒤 국방부 양성평등과가 공군에 사건에 대한 확인을 요청한 뒤 3시간 뒤 이 전 총장은 서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보고 했다.
같은 날 공군은 국방부 조사본부에도 정식 수사서류를 보냈는데, 서류에는 ‘단순변사’로 기재했다. 성추행 관련 내용은 기록이 남지 않게 전화로 보고하고, 서류상으로 성추행 사실이 기록에 남지 않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전 총장에게 첫 보고를 받은 서 장관은 2차 가해에 대한 엄정 수사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군의 부실수사로 결국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상황에서 다시 공군에 철저히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점에서 서 장관의 대처도 안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 반향이 커지고 김부겸 국무총리가 서 장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엄격한 수사를 요청한 뒤에야 국방부는 수사 주체를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했다. 그 기간 공군 검찰단은 가해자에 대한 조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 가해자 장 중사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뭉갠 정황도 있다.
합수본은 또 이 중사의 유족이 고소한 2명에 대해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관련돼서는 지금 모든 대상자가 수사 범위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것의 요건에 맞춰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감사관실을 통해 공군 양성평등센터와 이 중사가 근무한 제20 전투비행단,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공군 양성평등센터는 이 중사가 장 모 중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본 지 사흘만인 3월 5일 관련 내용을 인지했지만 국방부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이들 부대에 대한 감사를 검토해 왔다”며 “곧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감사팀은 공군본부와 20비행단에서는 이 중사의 최초 신고부터, 해당 부대에서 어떤 조치를 했고, 상급 부대에는 언제 보고했는지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15비행단에서는 피해자에게 가해진 ‘2차 피해’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이 모 중사의 추모소를 방문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며 “이번을 계기로 병영 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에는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욱 국방부 장관. 2021.6.6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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