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지구 63곳 '정비구역 연장'...'조선옥' 철거vs보존 재점화(종합)

by박민 기자
2020.04.22 11:07:38

일몰 152곳 89곳 구역 해제
해제 지역에선 재생사업 추진
나머지 63곳 조건부 연장
조선옥, 3-8구역 사업 추진에
철거 가능성 열려 '보존' 쟁점화

[이데일리 박민 기자] 서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일몰 시점이 지난 정비구역 152곳 중 절반 가까이 되는 63곳이 ‘조건부 연장’돼 개발 가능성이 다시 열리게 됐다. 당초 시는 일몰 대상은 모두 정비구역에서 해제하고 관(官) 주도 방식의 도시재생활성화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이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을지로 유명 ‘노포(老鋪·오래된 가게)’ 중 하나인 조선옥이 속한 3-8구역도 이번에 구역 지정 연장으로 인해 개발이 가능해져 철거냐 보존이냐를 놓고 논란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개최한 ‘제6차 시 도시재정비위원회’에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일몰대상 152개 구역 중 89개 구역을 해제한다고 22일 밝혔다. 나머지 63개 구역은 내년 3월까지 세입자 대책 마련 등의 조건부로 한시적으로 연장됐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총 171개 정비구역 가운데 152개 구역은 2014년 3월 27일 구역 지정 이후 5년 넘게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어서 일몰 시점인 2019년 3월 26이 이미 지난 상태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20조에는 정비구역 지정일부터 5년 이내 사업시행인가 미신청 구역은 해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해제된 89개 구역은 세운 5구역 5곳(2·5·6·10·11), 세운 6-1구역 32곳(1-1∼32), 세운 6-2구역 47곳(2-1∼7·2-9∼23·2-25∼45·2-47∼50), 6-3구역 5곳(3-5∼9구역) 등이다. 해제 구역은 서울시가 지난달 4일 발표한 ‘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 대책’에 따라 주민 협의를 통한 도시재생 방식의 관리로 전환된다.

시는 화장실, 소방시설 같은 열악한 기초 인프라를 보강하고 주차장 확충, 도로 및 보행환경 개선 등도 지원한다. 건축규제 완화, 건축협정 등 방법으로 개별 건축행위를 유도해 시설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세운상가 내 기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산업거점 8개소 신설하고 산업활성화를 꾀한다.



세운지구 정비구역 해제 및 연장 현황도
시는 세운지구 일몰 대상 구역 내 63곳은 해당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및 자치구의 사업 추진의지를 감안해 내년 3월 26일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세운 2구역 35곳(2-1~35), 세운 3구역 2곳(3-8·10), 세운5구역 4곳(5-4·7·8·9), 6-4구역 22곳(4-1~20·22·23) 등이다.

도정법상 토지등소유자 30% 동의한 경우 또는 계획적 정비를 위해 존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일몰기한 2년 범위 내 연장 가능하다. 다만 이번 연장에는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방향을 고려한 조건이 붙었다. 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 대책에서 제시한 실효성있는 세입자 대책을 마련하고, 기반시설 조정 등 재정비 중인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을 반영해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 대책 실현을 위해 정비구역 해제 지역에 대한 재생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부득이 일몰이 연장된 구역은 사업계획 수립 단계부터 엄격히 관리해 도심산업 생태계를 보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정비구역 조건부 연장으로 을지로 유명 노포 중 하나인 조선옥도 을지면옥처럼 철거냐 보존이냐를 놓고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옥이 있는 세운3-8구역은 당초 정비구역 해제가 예상돼 해당 건물이 그대로 남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번에 개발 추진이 가능해져 철거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생활유산으로 지정한 노포들은 강제 철거 금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며 “다만 3-8구역은 이번 연장에 따라 앞으로 조선옥 식당 운영자겸 건물주와 사업시행자간 철거와 보전 여부를 놓고 협의 진행이 이뤄지는데, 시는 당사자간 협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