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남 기자
2016.12.20 12:00:00
통계청·금감원·한은, 2016년 가계금융 발표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리 가계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 소득과 자산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부채가 더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가 빚을 지는 그 자체는 경제 성장에 나쁘지 않다. 자발적으로 대출을 받아 소비에 나서는 건 오히려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다만 소득이 비슷하게 증가하지 않으면 추후 이자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건 문제로 지적된다.
20일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의 평균소득은 4883만원으로 2014년(4770만원) 대비 2.4% 증가했다.
이런 증가율은 같은 기간 우리 경제가 성장한 정도에 미치지 못 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6%였다. 우리 경제가 창출해낸 부가가치가 늘어난 정도보다 가계가 번 소득은 더 작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가구소득 중 직장인 등을 포함하는 근로소득과 자영업 등을 의미하는 사업소득 비중은 줄어든 게 눈에 띈다. 각각 65.5%와 23.0%로 0.1%포인트, 0.9%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임대수입 등이 포함된 재산소득 비중은 4.5%로 0.5%포인트 증가했다. 재산소득은 전년 대비 15.6%나 증가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손에 쥐게 되는 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4022만원을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구소득에서 공적연금 사회보험료 세금 이자비용 등을 뺀 것이다. 이 역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가구의 자산 증가율은 소득보다는 더 높았다. 올해 3월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억6187만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4.3% 증가했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저축 등 금융자산은 거의 늘지 않았지만,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5.5%나 오른 것이다. 특히 부동산 자산의 증가율(5.8%)이 두드러졌다. 높은 증가율만큼 부동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무려 69.2%. 가구자산의 70%는 부동산에 묶여있다는 의미다. 2014년(68.2%)보다 더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부채의 증가 속도는 더 가파르다는 점이다. 올해 3월 기준 가구의 평균 부채는 6655만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금융부채에서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각각 3847만원, 692만원으로 각각 57.8%, 10.4%를 차지했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한 증가율은 각각 7.9%, 5.9%에 달했다.
큰 규모의 부채를 짊어진 가구는 더 증가했다. 3억원 이상(6.8%→7.2%), 2억~3억원(6.3%→6.7%), 1억1000만~2억원(12.1%→12.4%) 등의 비중은 0.3%포인트~0.4%포인트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소득 자산 부채 분포는 현재 우리 가계의 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득 증가가 미미한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자산증식 수단인 부동산에 돈이 몰리고, 그 자금을 위해 부채를 더 늘리는 행태다. 이로 인해 민간소비가 정체되는 부작용은 있었음에도 그나마 그동안 집값이 올라 이런 구조가 가능했다.
다만 문제는 앞으로다. 당장 내년 부동산 경착륙 우려가 나오고 있는 탓이다. 추후 집값이 하락하고 금리가 올라가면,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