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지방공기업)③인천도개공 4년새 빚 100배

by이태호 기자
2010.07.21 16:31:00

동시다발적 대규모 사업진행으로 이자부담 급증
차입금의존도 55%..워크아웃前 금호 `닮은꼴`

[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지난 14일. 인천광역시도시개발공사(이하 인천 도개공)는 1000억원의 5년 만기 채권 발행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이틀 전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 충격으로 지방공사채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원하는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사채 발행 연기는 그동안 지방 공사채 리스크에 둔감했던 채권투자자들이 종전보다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금리)을 인천 도개공에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동시에 원리금 지급을 보증할 수 있는 인천시의 재무적 지원 능력에도 의구심이 싹트고 있음을 시사했다.

동시다발적인 대규모 사업 추진을 위해 눈덩이처럼 빚을 불려온 인천시와 도개공이 성남시 사태를 계기로 냉혹한 재평가의 도마에 오른 것이다.
 


 

지난 2003년 설립된 인천 도개공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3조5104억원에 이른다. 2008년보다는 80.3% 늘어났고 2005년의 389억원과 비교하면 4년새 100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요 도시공사 가운데 SH공사 다음으로 차입금 규모가 크며 매출액이 두배를 웃도는 경기도시공사의 차입금 3조3240억원도 넘어섰다.

▲ 인천도시개발공사 연도별 주요 재무지표(자료: 한기평, 감사보고서)
차입금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자비용은 지난해 1566억원(2009년 회계정책 변경에 따른 `금융비용의 자본화` 적용 전)으로 2005년 13억원 대비 100배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393억원의 4배가 이자로 나간 셈이다.

인천 도개공의 차입금의존도(총차입금/총자산)는 지난 2005년 6.4%에서 지난해 55.6%로 매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분 100%를 보유한 인천광역시가 지난 2007년에 8692억원, 2009년에 6254억원의 대규모 현물출자에 나섰지만, 빚 부담을 줄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AA+(안정적)` 신용등급을 보유한 인천 도개공의 차입 부담 지표는 올해 초 워크아웃을 신청한 금호산업의 지난 2007~2008년도 상황과 흡사하다. 금호산업의 당시 차입금은 약 2조원, 차입금의존도는 50%, 이자비용은 1300억원 수준으로 신용등급은 `BBB(안정적)`였다. 



오히려 당시 금호산업의 매출액은 최근 인천 도개공(약 5000억원)의 4~5배에 달했고, 영업이익도 이자비용을 웃돌았다. 다만, 배후에 인천시와 같은 막강한 후원자가 없고, 대규모 우발채무을 보유했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인천 도개공의 차입금 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총 15조1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검단신도시 개발사업을 포함, 굵직한 사업 20여개를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중 단위사업비가 1조원을 웃도는 사업만 ▲검단신도시개발사업 ▲송도글로벌캠퍼스 조성사업 ▲영종하늘도시개발사업 ▲검단일반지방산업단지조성사업 ▲청라웰카운티건설사업 등 다섯 건에 이른다.

▲ 지역별 사업현황(자료: 인천시 홈페이지, 동양종금증권)
이들 사업 진행을 위한 투자자금의 대부분은 차입금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의 `지방공사·공단 경영개선 명령` 자료에 따르면 인천 도개공의 공사채 등 채권발행 예정금액은 올해 3조4961억원, 내년에는 1조8984억원에 이른다. 반면에 만기 상환예정 공사채는 올해 8291억원, 내년 3209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차입금과 매입채무 등을 합한 부채총액은 지난해 4조4609억원에서 올 연말 6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인천 도개공의 부채금액이 올해 말 시 본청 부채의 2.4배에 해당하는 6조6424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며, 내년 말에는 8조1000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 도개공의 높은 신용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인천광역시는 지난해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서울·경기에 이은 3위의 재정자립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가팔라진 부채 증가 속도는 재정지원 여력 감소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시 채무총액은 2조3342억원으로 전년비 51% 늘어났다. 예산액 대비 채무 비율은 29.8%로 광역시 중 높은 축에 속한다. 올해 말 채무는 2조7526억원으로 18% 더 늘어날 전망이며, 오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최 전까지 관련 사업 추진에 따른 꾸준한 채무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일부 주택사업의 투자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안게임 관련 사업 계획들까지 감안하면 향후 인천시와 도개공 모두 재무부담이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