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02.11.19 18:39:49
[edaily 권소현기자] 지난 18일 세계 최대의 IT박람회 컴덱스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막됐다. 이번 컴덱스는 IT버블 붕괴여파를 반영하듯 여느 때보다도 초라하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설명이다.
◇썰렁한 컴덱스..IT업계 침체 반영
컴덱스는 하이테크 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참석해야 하는 IT의 메카지만 올해에는 2년전에 비하면 찾는 사람이 절반으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WSJ은 전했다.
올해 컴덱스 예상 방문자는 12만5000명으로 2년전 21만100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만큼 IT 업체들이 직원들을 컴덱스에 보낼만한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고객들은 쉽게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라스베가스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전시부스를 마련한 업체는 1000개로 2년전 2300개에 비해 현저히 감소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보다 건실한 박람회인 컨수머일렉트로닉스쇼를 위해 경비를 아끼고 있고 델과 같은 일부 업체는 대부분의 시간을 언론 및 산업계 경영진과의 접촉에 할애하고 있다. 대만의 칩 제조업체인 비아테크놀로지는 작은 미팅룸만을 빌렸으며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데 그쳤다.
컴덱스 기간에는 보통 평소에 비해 3~4배 뛰는 호텔 숙박비도 올해에는 오히려 할인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숙박객을 채우기에는 부족한 상태다.
지난 주말 웹에 나온 라스베거스의 대표적인 호텔 룩소나 MGM그랜드, 뉴욕뉴욕의 방값은 65~85달러에 불과했다.
심지어 컴덱스 등 주요 IT 박람회 운영업체 키3미디어(Key3Media)그룹은 지난주 대규모 손실을 발표하면서 파산했다. 키3미디어의 주가는 1달러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최근 주요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되기도 했다.
이는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는 기술산업에 더욱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참석자들의 반응 역시 차갑다. 이번 컴덱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타로 떠올랐지만 MS의 빌게이츠 회장도 큰 스파크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개막 전날 MGM그램드 가든에는 빌 게이츠의 연설이 예정돼 있었지만 하루전날 호텔 체크인하는 사람은 드물었고 호텔 투숙객 사이에서도 빌 게이츠와의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는 기색은 거의 없었다.
집에 윈도우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컴퓨터를 3대나 갖고 있는 브루노 산타로사는 "나에게 빌 게이츠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컴덱스, 신기술 발표무대냐 마케팅의 장이냐
컴덱스는 매년 신기술 발표의 장으로 주목을 받아왔지만 이번에 참가하는 대형 IT 업체들은 기존 제품에 대한 마케팅에 보다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빌 게이츠는 태블릿PC와 윈도우 미디어센터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제품들에 대해 다시 한번 컴덱스에서 강조할 계획이며 델컴퓨터는 컴덱스를 MS 기반의 199달러짜리 핸드헬드 기기에 대한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키3미디어의 프레드릭 로즌 회장은 "소프트웨어 세계가 많이 바뀌었다"며 "소비자들에게 무리하게 업그레이드하라는 요구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컴덱스에서 발표된 신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예 신기술 발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NVidia)는 장족의 발전을 한 PC 그래픽 기술을 내놓았다. 영화와 같은 컴퓨터 게임이 가능하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브로드컴과 같은 업체가 제시할 무선기술도 이번 컴덱스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와이-파이(Wi-Fi)로 알려진 기술은 보다 빠르게 데이타 전송을 가능케 한다.
MS는 `원노트`라고 명명된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발표했다. 원노트는 메모 또는 도표나 그림, 그래프를 그린 뒤에 디지털화해서 다시 꺼내보고 재편집할 수 있으며 하드드라이브에서 손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케줄 관리, URL 보관 등을 좀 더 유용하게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