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서울의 대형 불화 '궤불'의 모든 것, 보고서로 담았다

by장병호 기자
2024.12.02 13:28:48

국립문화유산연구원 ''한국 궤불의 미'' 제3·4편
홈페이지 통해 고화질 사진·정보 제공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우리나라 괘불(掛佛)의 조형적 특징을 지역별로 고찰한 학술총서 ‘한국 괘불의 미 3: 충청지역’과 ‘한국 괘불의 미 4: 서울·경기지역’을 발간했다고 2일 밝혔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발간한 ‘한국 괘불의 미’ 제3편과 제4편. (사진=국가유산청)
괘불은 걸개에 거는(掛) 불화(佛畵)라는 뜻으로 사찰에서 개최한 야외 의식에 사용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평소에는 말아서 궤(櫃)에 넣어뒀다 의식 진행 시 걸개에 걸어서 펼치기 때문에 대부분 세로가 가로보다 길고, 세로의 길이가 약 5미터에서 14미터에 이르는 대형 문화유산이다.

괘불의 압도적인 규모와 도상적 특징은 다른 나라의 불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만의 독창성과 예술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크기와 무게, 그리고 전국 사찰에 산재하고 있는 특성으로 조사와 연구에 많은 재원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이에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1985년부터 2001년까지 17년간 광복 이후 처음으로 전국 각 사찰에 소장된 괘불을 국가 차원에서 직접 조사했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는 성보문화유산연구원과 함께 대형불화에 대한 정밀조사를 진행했다.



2022년부터는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미술사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우리나라 괘불의 조형적 특징을 지역별로 살펴보는 심화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그 연구결과를 담은 ‘한국 괘불의 미’ 경상(2022년)과 전라(2023년)지역 편을 발간했다. 이번에 심화연구 마지막 결과물로 충청과 서울·경기지역 편을 발간하게 됐다.

제3편(충청지역)에는 사찰에 소장된 국가지정 괘불 15점의 지역별 조형적 특징과 역사성에 대한 조사 결과를 수록했다. 충청지역에는 괘불 조성의 초기에 해당하는 17세기의 괘불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남아 있다. 일찍이 충청지역에서 유행한 미륵신앙의 전통 속에서 조성된 괘불은 현존 수량이 많지 않은 미륵불 괘불 연구에 핵심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4편(서울·경기지역)에는 국보·보물로 지정된 괘불 6점의 도상 분석, 시주자, 화승, 채색 재료와 기법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았다. 조선 초기부터 시행된 억불숭유(抑佛崇儒) 정책으로 서울·경기지역의 많은 사찰이 철폐됐지만 왕실의 불사(佛事)는 꾸준히 이어짐에 따라 조선 후기에는 왕실발원 불화의 전통을 계승한 수준 높은 괘불이 조성됐다. 이번 편에는 괘불 심화연구를 마무리하며 괘불의 시주자와 시주 물품, 범자(梵字), 문양 등에 대한 고찰을 특별 기고 형식으로 수록했다.

보고서는 국공립 도서관, 박물관, 연구기관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가유산 지식이음 홈페이지에도 공개돼 있어 누구나 쉽게 열람할 수 있다. 홈페이지 내 ‘괘불 갤러리’에서 국가지정 괘불의 고화질 사진과 관련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발간한 영문판 1편에 이어 2025년에는 영문판 2편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