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불륜녀母·동거녀까지 살해했는데 또 풀려날 수 있다?
by박지혜 기자
2023.01.12 13:03:4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아내와 불륜녀 어머니를 잇달아 살해해 처벌받고도 또다시 동거녀를 살해한 이모(48) 씨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지난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 씨가 “형이 무겁다”며 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단인 무기징역을 유지했다.
이 씨는 지난해 5월 강원도 동해시에서 동거녀 A씨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 당시 휘두르던 흉기가 부러지자 또 다른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12일 YTN 뉴스라이더에서 “본인(이 씨)은 술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하지만 (범행) 중간에 흉기를 바꾼다. 흉기 끝이 부러졌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여서 심신미약을 인정하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분노가 조절되지 않은 게 아니고 조절하지 않은 것”이라며 “결국 재판부는 아주 분명한 살인의 고의를 인정했기 때문에 무기징역 선고가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교수는 이 씨의 범행 전력을 언급하며 “과거력이 충분히 반영됐다면 검찰이 청구한 사형이 선고되는 것도 과도한 양형은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난 2001년 전처를 살해해 이듬해 징역 8년을 선고받았으며, 형 만기를 앞두고 2009년 2월 가석방된 뒤 베트남으로 건너가 그해 현지 여성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베트남 여성과 재혼한 이 씨는 불륜을 저지른 또 다른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려다 불륜 여성의 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하자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법원에서 징역 14년을 선고받은 이 씨는 8년 5개월만 복역한 뒤 2020년 출소했으며, 한국으로 추방된 지 2년도 안 돼서 또다시 동거녀를 살해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무기징역은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이 아니다. 20년 정도 지나면 그때부터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다”며 “이 사람(이 씨)은 교도소 안에서 비교적 온순하게 지내면서 과거에도 가석방된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기껏 20년 내지는 25년 있다가 출소해봤자 60대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후가 더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씨가 모범수였기 때문에 가석방될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도소 안에서) 동료 수감자나 대부분 남성인 교도관들에게 폭력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폭력의 대상이 파트너나 파트너의 가족에 한정돼서 약자를 공격하는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가석방을 막을 수 있는 조치에 대해선 “가석방을 할 때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게 돼 있다”며 “재판 단계에서도 이 사람이 2001년도 사건으로 처분받았을 당시와는 달리 2008년도부터 보안처분을 할 수 있게 됐다. 보안처분을 하기 위해선 검찰이 보호관찰관에게 재범 위험성 평가를 시킨다. 그 과정 중에 사이코패스 여부도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씨는) 이번에 굉장히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돼서 무기징역과 함께 보안처분이 선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세 번째 살인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실시한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2000년대 후반 경기 서남부지역 등에서 여성 8명을 납치·살해하고 자신의 장모와 전처를 방화살해한 강호순과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이 씨가 지은 죄에 비해 사회로부터 격리가 너무 늦은 것 아닌가라는 비판에 대해 두 번째 범행을 저지른 베트남과의 사법 공조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살인범이 출소해서 다른 나라로 삶의 터전을 옮길 때 전과 기록을 함께 보낼 수 있었으면, 2명을 이미 살해한 상태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국에 들어왔을 때 경찰이 우범자 관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의 범행은 지난해 11월 1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졌다.
‘부러진 칼날의 증언-안전모를 쓴 살인범의 정체’ 편에선 이 씨가 세 번의 살인을 저지르면서 계속 석방이 가능한 이유가 모범수였기 때문이었고, 가석방을 위해 주변에 ‘거짓 편지’로 도움을 청해 합의금이나 탄원서를 모았다고 했다.
또 이 씨의 주변 사람들은 호의적인 평판을 내놨으나 그의 가족은 전혀 달랐다. 이 씨가 베트남에서 가석방돼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을 때도 가족들은 두려워했고, 이 씨가 저지른 첫 번째 살인도 그를 피해 도망간 아내를 집요하게 쫓아가 살해한 사건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