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년까지 석탄발전 절반·원전 3분의2로…에너지전환 박차(종합)

by김형욱 기자
2020.05.08 13:29:37

석탄발전소 15년 내 30기 폐지…24기는 LNG로 대체
원전 26→17기 줄이고 신·재생은 62.3GW 신규 확충
전력수급 안정 고려했다지만…전기요금 인상 우려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유승훈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총괄분과위원회 위원장(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이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형욱 김상윤 기자]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밑그림이 나왔다. 원자력발전소도 최대치에 이르는 2024년 26기에서 같은 기간 17기까지 줄일 계획이다.

전력 전문가로 이뤄진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총괄분과위원회는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이 같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권고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년마다 향후 15년 동안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올해는 2020~2034년 계획을 담은 9차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계획 수립에 앞서 민간 전문가 위원회의 권고안을 토대로 계획을 확정한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번 권고안을 기반으로 9차 계획안을 환경부에 전달하면 환경부는 다시 환경영향평가와 공청회를 거쳐 이를 확정하게 된다. 올 하반기께 최종 단계인 국회 검토까지 마치고 정부가 9차 계획을 확정 발표할 전망이다.

이번 9차 계획 권고안의 핵심은 석탄발전소 감축이다. 현재 국내에는 60기의 석탄발전소(2019년 기준 설비용량 36.8GW·기가와트)가 있는데 2034년까지 이 중 30기(15.3GW)를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 신규로 7기(7.3GW)가 건설 중이란 점을 고려하면 2034년 가동하는 석탄발전소는 37기가 된다. 8차 계획(2017~2030년) 땐 10기를 폐지할 방침이었는데 20기를 늘린 것이다.

위원회는 어느 석탄발전소를 폐지할지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기본 수명인 30년이 지난 모든 석탄발전소는 폐지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전까진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수명 연장을 검토해 왔었다. 계획대로면 우리나라는 2055년께 완전한 탈석탄화를 이루게 된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총괄분과위원회 제공
이번에 새로이 도입한 환경영향평가를 고려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 7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 3억3300만t(BAU 기준)을 1억9300만t까지 42.2%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력생산(발전) 부문은 예상치보다 3410만t을 더 줄여야 한다. 이번 9차 계획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면 9차 계획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위원회에 참여한 김홍근 전력거래소 장기수급계획처장은 “환경영향평가에선 이번 9차 계획이 10개 남짓의 환경 관련 국가계획을 따르고 있느냐를 보게 되는데 온실가스 감축 계획 달성가능 여부가 가장 중요한 평가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폐지하는 석탄발전소 30기 중 24기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12.7GW)로 전환한다. 친환경성을 높이면서 전력수급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취지다. LNG발전 역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석탄발전보다는 이산화탄소나 유해가스 배출이 현저히 낮다. 계획대로면 2019년 39.7GW인 LNG발전설비 규모는 2034년 60.6GW가 된다.

위원회는 또 원전은 점진적으로 줄이고 태양광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대폭 늘리기로 했다.

원전은 현재 건설 중인 네 곳이 모두 완공하는 2024년 26기(27.3GW)로 정점에 이르는데 석탄발전소와 마찬가지로 기본 수명인 40년이 지난 원전을 수명연장 없이 차례로 폐쇄해 2034년엔 17기(19.4GW)까지 줄여나가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태양광을 중심으로 보급을 늘려 2034년까지 62.3GW의 신규 설비를 확충키로 했다. 지난해 15.8GW이던 걸 78.1GW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신·재생 부문은 다만 날씨에 따른 간헐성을 고려해 최대전력 때의 공급기여도는 전체 설비의 14.3%인 11.2GW만 반영해 전력 수급 안정을 꾀하기로 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총괄분과위원회 제공
위원회는 이 같은 발전원 변화에 발맞춰 준공이 지연되고 있는 동해안~신가평 500kV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주요 송·변전설비를 서둘러 준공키로 했다. 또 송·변전설비 준공 지연에 따른 전력수급 보완 차원의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기존 계통망에 연계하기 위한 지역 맞춤형 인프라 구축 계획도 수립했다. 분산형 전원 활성화를 위해 한국형 가상발전소 제도를 도입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이병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전남, 강원, 경북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 맞춤형 인프라 계획을 수립기로 했다”며 “구체적 내용은 한국전력(015760)공사가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담아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이 같은 계획대로면 2034년까지 전력 수급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전력수요 증가율이 이전 예상치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2019년) 우리나라 최대전력수요는 90.3GW이었는데 2034년엔 104.2GW로 연평균 1.0%씩 늘어날 것으로 봤다. 3년 전 8차 계획 때보다 연평균 증가율 1.3%에서 0.3%포인트(p) 줄어든 것이다. 2034년에도 22%의 기준예비율을 지킨다는 전제로 127.1GW의 전력설비용량을 확보하면 전력수급엔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석탄발전소의 LNG발전소 전환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충 외에도 3.0GW 규모 LNG발전설비와 1.7GW 규모 양수발전설비를 포함해 총 4.7GW의 발전설비를 추가 구축기로 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 같은 계획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생산원가가 낮은 석탄발전·원전을 줄이고 이를 상대적으로 비싼 LNG와 신·재생으로 대체한다는 게 주 내용이기 때문이다. 위원장을 맡은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 장기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춘 설비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전기요금 영향분석은 별도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총괄분과위원회 제공